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말콤 턴불 호주 총리가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공식 선언했다. 단독정부 수립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경제 분야 해결 과제가 산적한 만큼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의석 150석을 두고 경쟁을 벌인 이번 하원선거에서 집권 자유·국민당 연합은 74석을 차지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66석을, 기타 소수정당과 무소속은 5석을 확보했다.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아 5석의 주인이 불분명하지만 자유·국민 연합이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76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총선이 치러진 지 8일 만에 결과에 윤곽이 잡히면서 정치 혼란은 잠재우게 됐지만 남겨진 숙제가 더 많다는 것이 시장의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호주 상하원이 얼마나 결집할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변수에 따른 시장 충격을 어떻게 완화할지 등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현재 'AAA' 등급인 호주 국가신용등급이 2년 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3분의 1에 이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선 개표 과정에서 나왔던 강등 경고에 비해 다소 구체적인 입장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가장 큰 이유는 호주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광산 투자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앞서 호주 정부는 효자 상품인 철광석이 내년에는 1톤당 44.80미국달러(약 5만 1345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3월 예상치보다 20%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은 철광석의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호주 철광석은 현재 톤당 약 55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가장 큰 손인 중국의 수요 감소로 내년에는 40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 등 외국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데는 부동산 시장도 빠지지 않는다. 호주 부동산 사이트인 리얼에스테이트에 따르면, 호주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잠재 중국 투자자들의 방문율이 연초에 비해 25%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 흥미가 떨어진 데다 중국 정부의 제재 강화로 차이나머니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함께 호주 부동산을 떠받치고 있던 외국 자본의 매매도 이달 들어 5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여야가 정치적으로 팽팽하게 맞서도 있는 점도 문제다. 집권 자유·국민당 연합은 일단 증세에 반대하면서도 민영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은 의료 및 교육 분야에 재투자하기 위해서는 증세도 일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야간 교착 상태는 3년 전부터 이어진 것이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의 지적이 이어지자 스콧 모리슨 호주 재무장관은 법인세 인하, 중소기업 감세, 다국적 기업 과세 강화 등을 뼈대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제임스 매킨타이어 맥쿼리은행 경제연구 책임자는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현재의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에서 호주 내 여러 요인들은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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