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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의 고문서 관리·보존 주체…'종부'(宗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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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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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학중앙연구원, 오는 14일 '제2회 한국 고문헌 명가의 날' 개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고(故)문서를 지켜온 실질적 주체인 '종부'(宗婦)에 초점을 맞춘 '제2회 한국 고문헌 명가의 날' 행사를 오는 14일 한중연 대강당과 장서각에서 개최한다. 사진은 진주류씨 종부였던 한산이씨가 자신의 기구했던 일생을 한글로 쓴 자서전 '고행록'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돌이켜 생각하니 세상만사 다 뜬구름 같고 서산으로 지는 해와 같노라. 내 얼마나 세상에 있겠는가마는, 낮이면 재미없는 집안일에 골몰하다가 저녁이면 종들도 제 처소로 들어가니 서글픈 마음은 갈수록 그지없어라.(…)모슨 죄벌로 육십년 되도록 이토록 서러우며 괴로운가? 한탄하며 원망하노라." - 『고행록(苦行錄) 中』

조선 선조 때의 유명한 학자이자 관료였던 류시회(1562~1635)는 임금이 그의 가문을 위해 사패지를 내린 것을 계기로, 현재의 경기도 안산 부곡동에 자리를 잡게 된다. 진주류씨의 종택 '경성당'(竟成堂)이 국내 대표 종가 중 하나로서 400여 년 역사를 간직해 왔던 시발점인 셈이다. 

경성당에는 종부(宗婦)에서 종부로 이어지는 중요한 책 한 권이 있다. 숙종 때 정1품 보국숭록대부에 올랐던 류명천(1633~1705)의 부인 한산이씨(1659~1727)가 자신의 기구했던 일생을 한글로 쓴 자서전 '고행록'이다. 

한산이씨는 종부로서 최고의 영예인 정경부인에 올랐으나 남편 류명천이 갑자기 정치적 핍박을 받고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나 47세에 미망인이 된다. 그녀는 이에 앞서 20대에는 두 딸과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고통을 겪었고, 후사를 위해 양자를 들였음에도 이번엔 며느리 둘을 앞세우는 고행을 경험했다. 가계, 혼인, 출산, 유배, 죽음 등 그녀가 겪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빠짐없이 그리고 담담하게 한글로 서술한 것이 바로 고행록이다. 

진주류씨의 현재 종부인 권보남(82)씨는 자신이 시집 오던 날 시어머니가 고행록을 내어 주며 '가문의 전통에 따라 익히도록 하라'고 했던 것을 언급하며 "고투로 된 한글이라 읽기 힘들었지만, 자꾸 읽으니 내용이 이해됐다. 참으로 고단하면서도 강인한 삶을 살았던 한산이씨가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도 안산 부곡동 소재 진주류씨 경성당 종택과 종부 권보남 여사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이배용) 장서각은 고행록처럼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기록문화유산을 지키고 관리한 실질적 주체인 '종부'에 초점을 맞춰 오는 14일 한중연 대강당과 장서각에서 '제2회 한국 고문헌 명가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한중연 장서각은 전국 각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던 기록문화유산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존·연구하기 위해 90년대 초반부터 민간 고문헌 기증 기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83개 소장처로부터 접수한 5만1386점의 자료를 관리하고 있으며, 기증·기탁을 의뢰한 자료도 3만여 점에 이른다. 

이날 행사에는 경기도 광주 광주안씨 순암 안정복 종손, 경기도 의정부 반남박씨 서계 박세당 종손, 경상남도 거창 초계정씨 동계 정온 종손, 전라북도 남원 순흥안씨 사제당 안처순 종손 등 장서각에 한국학 관련 자료를 기증·기탁한 문중 관계자 120명이 참석한다.
 

전북 남원 택내리에 위치한 안처순 선생이 공부하던 사제당(思齊堂). 순흥안씨의 동성부락인 이곳이 고향인 명창 안숙선씨는 오는 14일 '제2회 한국 고문헌 명가의 날' 행사에서 '명예종부'로 위촉될 예정이다.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또한 반남박씨 서계 종가 종부 김인순 여사, 동계 정온 종택 15대 종부 유성규 여사, 오리 이원익 종택 종부 함금자 여사 등 각 문중의 종부가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되며, 한중연 한국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의 종가에 대한 기억' '고문서와 학문적 인연'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개회식에는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축사하며,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인 안숙선(67)씨에게 명예종부 위촉패 수여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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