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을 받는 강현구(56) 사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강 사장은 재승인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 및 정치인에게 로비를 한 게 맞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짧게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이 지난달 10일 롯데그룹의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시작한 뒤 현직 계열사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 사장은 지난해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형사처벌 관계자 2명이 누락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혐의(방송법 위반)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강 사장에게 비자금의 용처와 규모에 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강 사장을 비롯한 롯데홈쇼핑의 임직원들이 차명 휴대전화인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해 로비를 벌인 정황도 수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총 9대의 대포폰을 활용해 재승인 심사 즈음에 관련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강 사장은 이 중 3대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밤늦게까지 강 사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신병 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롯데홈쇼핑의 잡음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황금시간대 광고 편성 등을 명목으로 납품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신헌 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7명이 구속됐으며 전·현직 상품기획자(MD) 3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지난해 4월 홈쇼핑 재승인 심사를 받기 위해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형사처벌을 받은 임직원을 축소 보고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최근 롯데홈쇼핑 채널의 재승인 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 결과는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프라임 타임의 영업 6개월 정지 처분이 9월로 다가옴에 따라 협력사와 롯데홈쇼핑의 갈등도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협력사들은 행정소송을 비롯한 대책마련을 롯데홈쇼핑에 주문하고 있지만 현재 강 사장의 업무 공백이 커짐에 따라 가처분 소송 착수도 더 어렵게 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아직 롯데홈쇼핑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태다"며 "세간의 의혹에 관해서는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는 방법 밖에 없고, 내부 임직원 입장으로는 착찹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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