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장기화에 접어든 한국경제가 회복은 커녕 오히려 암흑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경제는 그간 외환위기, 글로벌 버블붕괴 등 여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저력이 있다. 그러나 요즘 정부가 내놓는 경제정책을 보면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다.
지금까지 한국경제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됐던 ‘근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가 수치에만 의존하다보니, 실전감각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나 경제 수장의 입맛에 맞는 백화점식 정책도 경기부양 의지를 꺾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경제정책들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설익은 모양새다. 4대 구조개혁은 갈등만 불거지는 상황이고, 대외 변수의 경우 재정건전성으로 버티고 있지만 불안한 행보다.
지난 4년간 3차례의 추경을 편성한 부분이 정부의 정책 실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책 효과와 대외 변수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998년 추경이 시작된 이후, 역대 정부에서 집행한 규모 중 가장 큰 액수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약 40조원에 육박하는 추경을 3년간 투입했는데,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수출의 경우, 1980년대 경제부흥을 이끌던 대표 제조업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10대 수출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어디서 어떻게 제조업을 살려야 할지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먼저 변화에 적응해야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민간과 시장이 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정부가 스스로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역대 부총리·장관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과거의 경험이고 지혜”라며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누군가 나서서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조타수가 방향을 잃게 되면 항로를 이탈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잡고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게 윤 전 장관의 조언인 셈이다.
범부처 합동으로 내놓는 핵심 정책도 경제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이다. 부처 합동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책 완성도가 부실하니, 현장에 예산을 쏟아 부어도 효과가 반감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부처 수준의 대책 발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면 경제환경 인식을 반영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기부진이 심화하고, 대외경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최근 약간 숨통이 트였다고는 해도 수출기업이 놓인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진단해다.
이어 “최근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발표에서도 느꼈지만, 경제활성화 명목의 유사한 정책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라며 “ 현재 경제여건에서 그런 형태의 정책만으로는 나빠지는 경제 상황의 반전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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