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당 이활의 생애-38]무협, 상의 그늘 벗고 압력단체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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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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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38)

  • 제2장 재계활동 - (33) 무협(貿協)과 상의(商議)

목당 이활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일러스트=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무역협회를 탄생시킨 것이 상공회의소였음은 이미 앞에서도 말한 바 있거니와, 상의(商議)가 비록 부회장인 우계(友溪) 전용순(全用淳)에 의해 주도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해 탄생되다시피한 무협(貿協)이 상의와 유사한 기관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무협과 상의는 성격을 달리했다.

무협은 구미유학파(歐美留學派)인 상산(常山) 김도연(金度演)과 목당(牧堂) 이활(李活) 팀이 회원 상사 중심의 이사진 구성으로 운영을 한 데 비해 상의는 주도권을 잡은 우계가 이끎으로써 정치색을 띤 압력단체(壓力團體)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이리하여 실업인들의 정치적 발언권(發言權)은 언제나 상의 쪽에서 나왔고, 무협은 상의에 이끌려 가는 듯한 위치에 있었다. 이 점은 오늘에 와서도 전경련(全經聯, 전국경제인연합회)이나 상의가 정치적 발언권을 갖고 있고, 무협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는 성격상 특징 그대로이다.

다른 말로 하면 회원이사(會員理事) 중심의 민주적 운영을 전통으로 뿌리박았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제단체사(經濟團體史)에서 하나의 특색인 동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무협이 상의를 제쳐놓고 독자적인 운영을 해나가는 것을 상의로서는 - 아니 우계로서는 - 못마땅한 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무협은 상산과 목당이라는, 정계에도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다 회원이사 중심제라는 확고한 조직을 과시하고 있어서 어쩌지도 못하는 가운데 어느덧 무협은 상의와 쌍벽을 이루는 경제단체로 그 기반을 굳혀가고 있었다.

이리하여 미군정 및 과도정부의 시기를 통하여 상의는 경제 문제에 관한 미군정에 대한 활발한 건의 활동과 정치시국(政治時局)에 대한 상공업자로서의 발언을 도맡아 행사했고, 민족진영에 대한 정치자금 공급도 맡아 담당했다. 어떤 면에서는, 아니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신국가(新國家) 건설에 필요한 무역 진흥에 대한 건의활동은 상의에 의해 반영되곤 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초기 무역의 실상을 알기 위해서는 상의의 건의 활동을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인데, 최초의 건의는 아직 무협이 탄생하기 이전인 1946년 6월 16일에 군정장관과 상무부장에게 제출한 무역촉진대책(貿易促進對策)에 관한 것이다.

‘신국가 건설에 필요한 무역을 진흥시킴이 현하 최긴급한 과제이오니 정부에서는 좌기(左記) 제항(諸項)을 강력히 실시하여 주심을 건의합니다.

1. 위체교환율(爲替交換率, 환교환율)에 대한 잠정적 방책을 확립하여 무역계획(貿易計劃)을 촉진하야 무역 의욕을 왕성케 하는 정책을 수행할 것.

2. 조선의 경제 상태에 감하야 금후 수출품의 생산과 수입품의 제한 등 계획을 수립하야 일반 무역업자를 지도 계몽시킬 것.

3. 수출품 혹은 외국시장 삼시품(參時品)을 수집하여 상품진열관(商品陳列館)에 진열하고 무역 발전에 주력할 것.

4. 미국·중국·일본 등지에 무역시찰단(貿易視察團)을 파견하여 무역 진행상의 제반 조사 협의를 도모하는 정책을 실시할 것.

5. 수출품의 외국시장성을 연구하여 기술, 취미, 상품의 질량 등에 관한 지도기관을 설정할 것.

6. 해방 이후 1년이 불원한 금일 통상선박(通商船舶) 개설 운영이 없어 무역진흥에 지장이 막대하니 정부는 차(此) 정책(政策)을 촉진시킬 것.

7. 급속히 경제인의 외국 여향을 가능한 한도로 허가할 것.’

다음은 1947년 7월 22일자로 상무부장에게 제출한 불급품수입금지(不急品輸入禁止)에 관한 건으로서,

‘대외무역은 국가관리 하에 기획무역(企劃貿易)을 단행하야써 국내생산의 조장에 자(資)하라 함이 오인(吾人, 우리)의 평소지론(平素持論)이오. 이 주장을 관철키 위하여 수입품은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에 한하여야 될 것이온데 최근의 수입품을 일별하오면 생산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생활필수품이라고 볼 수 없는 ‘사카린’ 부인용 오-바급及 자켓, 파나마모자·커피·관결(罐結)·백알·낙화생(落花生, 땅콩) 등이 속속 수입되어 건국도상의 경제재건상 우려할 바가 많사오니 차등은 수입을 엄금하고 그 취체를 강화하심을 앙망하나이다.’

이어 나흘 뒤인 7월 25일의 ‘한미무역(韓美貿易)에 관한 성명서(聲明書)’에서는 미국 여행을 허가하여 정보 교환이 있어야 정상적인 무역이 있을 게 아니냐면서 무역업자들의 자유스런 여행을 허가토록 촉구하고 있는데, 그로부터 사흘 뒤인 7월 28일에는 무협이 상의의 협조를 얻어 공동 주최로 무역문제토의회(貿易問題討議會)를 조선저축은행(朝鮮貯蓄銀行) 회의실에서 주요 무역업자 231명이 참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 무역문제토의회는 무협이 발족 1년 만에 그간의 무역을 되돌아보면서 당면 문제를 타개하고자 하는 최초의 공개회의였으므로 무협이 압력단체로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최초의 공개회의라는 점에서 이 토론회는 중요한 뜻을 가진다고 할 것이었다.

이 토론회의 의안(議案)을 보면 우선 첫째로 무역 문제에 관한 것이고, 둘째로는 무역 문제에 관한 결의문 심의였으며, 상산을 토의회 의장으로 선출하고 김익균(金翼均과) 김항변(金恒變)·강성태(姜聲跆)가 무역 현상에 관해 주제발표(主題發表)를 하고,

‘일국의 경제발전이 오로지 대외무역에 달려 있음은 이제 새삼스럽게 설명을 부요(不要, 불필요)하는 바이어니와 해방 이후 우리 무역계의 걸어온 족적을 회고하건데 거년(去年, 지난해) 8월 정부에서 정식면허(正式免許)를 개시한 이래 현재 500여 명의 면허업자가 무역개통의 날을 대기하고 있으며 사실상 6억원의 물자 수입과 2억여 원의 물자 수출이 있었으나 이것은 모두가 외국 상인의 주동하에 실시되었을 뿐이오 국내 업자로서는 중첩한 계약과 핸디캡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피동적으로 움직여 왔었고 1일이라도 속히 정상무역 개통의 날을 고대하여 왔는 바 과반 상무부장(常務部長)이 발표한 대외 개인무역실시와 환금은행(換金銀行)의 설치는 아국(我國) 무역 개통에 일보 진전임은 확실하다 할지라도 이미 발표된 범위 내의 구체적 시책을 검토하건대 과거의 제약과 핸디캡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음을 지적하는 바입니다.

이에 오인은 좌(左)와 여(如)한 제점(諸點)에 대하야 당국의 급속 적극적이요 발본적인 대책 강구를 요청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1. 수출상품 생산을 적극 장려할 것.

2. 확인신용장선수제도(確認信用狀先受制度)를 철폐할 것.

3. 정부 소유물자에 대한 수출 및 수입 결정에 민간업자의 참여를 허용할 것.

4. 무역대행기관을 설치할 것.

5. 무역금융의 방도를 급속히 강구할 것.

6. 국내업자의 해외여행 방도를 급속히 강구할 것.

7. 자주적 관세정책(關稅政策)을 수립할 것.

8. 외국 상인의 수입물자 처분대금은 봉쇄예금(封鎖預金, 정부의 긴급조치로 봉쇄되어 지불이 제한되는 예금)한 다음 차(此)를 대상수출물자매수대금(代償輸出物資買收代金) 지불에 한하여 방출할 것.’

이것이 마카오 무역이 열리어 대외 무역의 열기가 고조될 때의 일이며, 남북물자교역에 대해서는 무협으로서는 오불관언이었던 데 비해 상의 쪽은 이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그때그때 미군정에 대해 활동을 해왔다.

이북(以北)이 대남 단전(對南 斷電)한 이후에도 남북간의 물자교역은 그대로 계속되어 왔으며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까지도 이어진다. 즉 1948년 8월 21일자로 상의가 상공부장관에게 제출한 건의에 보면 상공부 주도하에 교역한 인조견사(人造絹糸)와 조면(繰綿, 목화씨로 만든 솜)의 교환율에 있어서 북한측의 인조견사 1관에 대한 남한측의 조면 5관, 즉 5대 1의 교환비율은 중대한 실책에 속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화신무역(和信貿易)의 앵도환(櫻桃丸) 사건이 발생한 것도 이런 과정과 배경에서 저질러진 것임을 일단 다시 지적해 두고자 한다.

한편 무협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운영진의 개편이 있었다.

5·10 선거를 치르기 위해 김도연 회장이 사임하게 됨으로써 1948년도 제1차 임시총회를 소집, 상산의 사표 수리와 함께 후임회장을 비롯한 운영진의 개편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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