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원래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인은 서양에 비해 육류 소비량이 낮은 편이다. 서양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약 120㎏이지만 한국인의 경우 최근 들어서야 3분의 1 수준인 40㎏의 소비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변화 과정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990년대 한국의 육류 소비량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20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할 정도로 육류 소비량이 급증한 것이다.
식습관의 서구화와 소득 증가로 이런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삶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가 한국의 식품 소비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맛과 가격이라는 두 가지 축을 넘어 안전,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한 단계 높은 단계에서 식품을 선택하고 있다.
'돼지고기 박사' 문성실 센터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육류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앞으로 축산업, 육류 시장은 국가 차원에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해야 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식품 시장에서도 트렌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는 다른 부위보다 삼겹살과 목심의 소비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식문화에 기반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방의 고소한 맛과 살코기가 조화를 이룬 맛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뒤에는 축산 효율성이나 육류 소비 트렌드의 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부위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다른 육류에서도 똑같은 움직임이 일어나 소·돼지·닭을 넘어 다양한 종류의 고기가 소비되고, 이를 가공하는 방법 및 음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돼지고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 센터장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돼지고기의 가치를 높일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비건강식'이라는 오해를 갖고 있다"며 "돼지고기는 성인병의 주원인이 되는 식품으로 이야기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으로 알려진 돼지고기는 오히려 소고기보다도 포화지방이 적고,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을 40% 정도 함유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건강에 미치는 포화지방의 영향에 대해서도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측면에서 살펴보면, 우리 몸에 좋은 단백질 식품으로 알려진 콩의 필수 아미노산 함유 점수가 86점인데 반해 돼지고기의 단백질 영양가는 100점인 완전 단백질로 구분되고 있다. 지방이 많은 것은 삼겹살 정도에 한정된 것인데, 이를 돼지고기 전체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채식을 강조하는 식습관 역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채식은 잘 알려진 것처럼 디톡스, 체중 조절 등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식습관이지만, 이를 통해 육류 섭취가 마치 몸속에 노폐물을 쌓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는 영양의 밸런스를 맞춘 식습관과 운동에 있다.
◇안전한 돼지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동물복지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크게 늘어났다. 육류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과거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던 시절에 '양'이 중요했던 것에서 '맛'이 강조됐으며, 최근에는 '안전'이라는 화두가 대두되고 있다.
그는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동물복지'에 있다고 판단했다. 문 센터장은 "올바른 도축, 유통, 보관법은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라며 "올바른 도축법은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도축될 수 있는 시스템, 즉 동물복지에 입각한 도축방법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연구를 필두로 선진은 일찍부터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복지축산물 인증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물복지축산물은 생산은 물론 도축과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동물 복지 규정을 지켜야 달성할 수 있다.
문 센터장은 "현재 달걀, 닭에게서는 제품이 출시됐지만 돼지고기에서는 아직 국내 사례가 없다"며 "선진은 올해 하반기를 기해 동물복지축산물 인증 제품을 출시하고, 국내 육류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돈 vs 수입 돼지고기
FTA 체결 이후 조금씩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규제가 풀려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영세한 소규모 양돈농가도 많고, 체계적인 유통 구조도 규모를 가진 일부 기업에서만 마련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넓은 산지에서 길러지는 수입 돼지고기의 유통 물량을 따라가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덴마크·네덜란드·미국 등의 수입 돼지고기는 자체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해 가고 있다. 서민 음식의 대표인 돼지고기의 경우, 이런 저가·대량 유통 공세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문 센터장이 강조하는 것은 맛과 안전이다. 그는 "국산 돼지고기 최대의 장점인 맛을 극대화하고, 외국 대형 브랜드 파워를 이겨낼 만큼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보다 다양한 연구와 고민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식품만큼 신토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도 없다. 농산물뿐 아니라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자란 돼지는 기본적으로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입맛, 그 지역의 생육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지속적으로 개량을 해온 돈종이다. 생산 환경이나 도축, 유통 과정에서의 관리에 따라 맛을 보존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사람의 입맛과 식감을 따라올 수는 없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은 삼겹살이 가진 적당한 지방과 살코기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고소한 맛을 제일 좋아하고, 우리 돼지 역시 그런 점을 고려해 지속해서 개발되어온 돈종을 사용한다"며 "선진의 경우, 국민들의 입맛에 최대한 맞춘 한국형 종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1996년부터 자체 종돈만을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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