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유명 기계체조 선수 개비 더글라스를 위해 제작된 바비[사진=AP연합]
워싱턴포스트(WP)는 약 60년의 바비 역사상 올해처럼 획기적인 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1월 바비 제작사 마텔은 바비의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그간 고정화됐던 바비의 체형, 피부색, 머리 스타일 등 외형을 훨씬 다양화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적인 사고를 심어준다는 지적에서 벗어나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바비의 몸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했다. 지금은 바비가 소위 돈을 밝히는 여자라는 인식을 얻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마텔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바비를 떠올릴 때 분홍색 스포츠카, 호화로운 집, 온갖 액세서리와 옷들로 가득 찬 옷장을 함께 떠올렸다. 사람들은 바비가 실상과 동떨어진 환상 속 가정주부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런 게 통했을지 모르지만 부모들은 이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바비 매출은 전 세계적으로 3% 감소했다.
마텔은 바비를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의 상징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마텔은 외모보다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바비의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뭐든 될 수 있다'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영화감독, 컴퓨터 엔지니어 바비 등을 내놓기도 했다.
바비의 광고도 바뀔 예정이다. 과거에는 5~7살 여자아이들이 바비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는 가을부터는 과학교수인 척 하는 한 꼬마아이가 바비들을 앉혀놓고 인간의 뇌에 관해 강의를 하는 장면을 TV 광고로 내보낼 계획이다.
이에 앞서 마텔은 이번 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비를 선보인다. 상자 속에서 빨강과 흰색의 뒤섞인 재킷에 파란색 치마를 입은 대선 후보 바비는 노란 트위드 재킷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검정 뿔테 안경을 낀 부통령 후보 바비와 연단을 마주하고 서서 각각 한 쪽 팔을 높이 들고 교차하는 모습을 취했다. 이들 바비의 피부색은 6가지 출시되어 선택할 수 있지만 체형은 전형적인 바비 형태 한 가지다.
대선에 출마한 바비는 1992년부터 대선이 열리는 해마다 꾸준히 출시됐다. 1992년 대선 바비는 백금발 머리에 별무늬가 들어간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있다. 이후 2000년에는 광택이 도는 파랑색 치마 정장을 입은 바비가 나왔고, 2004년에는 빨강색 바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마텔 대변인인 미셸 치도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출시됐던 대선 바비 매출에 관해서는 언급을 삼갔찌만 올해에는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마텔의 부사장인 리사 맥나이트는 이번 바비 인형이 오는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선에 출마한 바비 출시에 1년 이상 공을 들였고 “여성과 리더십의 맥락에서 지금이 출시 적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는 상자 뒤에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들이 공직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지 않나요?”라는 메시지를 적어넣어 부모와 아이가 여성의 리더십에 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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