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조범현 kt 위즈 감독은 13일 수원 kt위즈파크 더그아웃에 앉아 하염없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조 감독의 입에서 처음 흘러나온 한 마디는 “할 말이 없다”였다.
kt는 이날 오전, 길거리 음란행위로 불구속 입건된 베테랑 내야수 김상현을 임의탈퇴 중징계 처분했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구단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였다. 김상현은 예외 없는 원아웃(One-out) 제도의 첫 번째 불명예 사례로 남았다.
김상현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장성우와 그의 전 여자친구가 치어리더 박기량을 비하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장시환도 SNS에서 사생활 논란을 빚어 징계를 받았다.
조 감독은 구단의 수장으로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 감독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가슴만 답답하네. 마음이 무겁네”라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잠시 생각이 잠긴 조 감독은 침묵을 깨고 공식 사과를 시작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감독으로서 책임을 많이 느낍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팀을 잘 추슬러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지켜봐 주십시오.”
덧붙여 조 감독은 “후배 하나가 또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마음이 아프다”며 “남은 선수들이 있으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불연 듯 장성우가 떠올랐을까. 조 감독은 “(장)성우도 야구를 하긴 해야 하는데…”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뒤 “언제 어떻게 출전할지 판단이 안 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성추문이 불거진 뒤 선수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조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4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을 마친 뒤 선수단 미팅을 가질 계획이다.
조 감독의 마지막 한 마디가 참 씁쓸하기만 했다.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데….”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