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감염자가 쏟아지지만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지 못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구경만 하고 언론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가 된 시민을 과격시위자로 내몰면서 현실을 덮기 급급하다.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고등학생 최우식(영국 역) 안소희(진희 역), 노약자를 우대하는 딸을 “지금 같은 때는 자기가 가장 우선”이라고 나무라는 공유, 만삭의 아내 정유미(성경 역)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동석(상화 역), 위기의 상황에서 일말의 인간적 양심조차 내던진 김의성(용석 역)은 곧 우리다.
그렇다고 영화가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이나 인간의 무자비한 이기심을 고발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상업영화로 기획된 이 영화는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직진하는 KTX처럼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재미라는 목표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영화에 결핍된 것이 있다면 망설임, 머뭇거림, 자비, 중도, 타협 따위다. 긴장감의 극한으로 관객을 내몰다가 느닷없이 터지는 웃음으로 어깨의 힘을 풀게 하고 또다시 무자비하게 난폭해진다. 웃음의 대부분 칸을 흔든 마성의 배우 마동석이 해냈다. 그러다 문득 부성애나 가족애로 눈시울을 자극한다. 스릴, 가족애, 액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다는 말이다.
좀비 역시 완성도 높게 구현해냈다. 어기적어기적하다가도 느닷없이 기이하게 관절을 꺾어대며 달려드는 좀비들이 무더기로 튀어나올 땐 의자 깊숙이 몸을 숨기게 된다. 촬영 반년 전부터 배우들을 훈련시키고 연령대, 성별, 움직이는 속도 등으로 배우들을 분리해 적재적소에 똑똑하게 배치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재미’인 관객이라면 ‘부산행’은 현명한 선택이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영화 관람이라 역치가 높은 영화 기자들을 모아놓은 상영관에서도 탄식과 괴성, 웃음이 자주 터져 나왔다.
20일 개봉.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