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측면 지원’으로 시간 버나…생사기로에 선 한진해운

[사진=한진그룹 제공]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의 회장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 측은 채권단의 조건부 자율협약 기한인 8월 4일 전까지 유동성 확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14일 현재 베트남 터미널 법인의 지분 전량을 230억원에 ㈜한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상표권·벌크선·사옥·중국 자회사 지분 등을 팔아 지금까지 1744억원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 4월 말 내놨던 4112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에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여기에 한진해운은 일본 도쿄 사옥 매각과 일부 노선 영업권 양도에 이번 베트남 터미널 매각으로 933억원을 추가로 마련했다.

1조원대 수준의 자금 확보를 기대하고 있는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확보 여부에 따라 자율협약 종료를 한달 연장해 줄 수 있다.

그동안 채권단은 조 회장의 결단을 압박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한진해운 경영권을 되찾는 조건으로 사재 출연이나 계열사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조 회장은 ㈜한진을 통해 아시아 역내 일부 노선 영업권 양도(621억원)와 베트남 터미널법인 (TICT)지분 전량 매각(230억원)으로 ‘측면 지원’에만 나섰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측면 지원’을 통해 협상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잇따른 자산 매각에도 한진해운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고 못을 박은 가운데, 한진해운은 자구안에서 밝힌 4112억원 외에 내년 말까지 추가로 필요한 운영자금은 1조2000억원의 부족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끝나는 다음 달 4일 전에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촉박한 일정상 조 회장의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2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최소 80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 불가능하다”면서 “그룹 자원의 지원만이 한진해운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결성과 두 차례의 채무 재조정에는 성공했지만 용선료 조정 협상에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약 30%가량의 용선료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연체된 용선료가 있어 용선료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장 해외 선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체된 용선료만 해도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해운업계의 성수기인 3분기를 맞이해 수익성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고자 각 지역본부별로 전략회의도 진행하고 있다. 회의는 지난 12일 독일 소재 구주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세계 각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재무적 안정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수익 극대화만이 회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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