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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제는 ‘국민중심 개헌’-경제민주화③] 갑을시대 끝내고 ‘경제민주화’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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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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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 및 당 대표들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터 정 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남궁진웅 timeid@]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는 ‘민주주의 실현’이며 헌법의 목적은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 보장’에 있다. 그러나 헌법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국민은 정작 개헌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개헌은 권력쟁취를 위한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낡은 헌법’을 고치는 일은 결국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달라진 시대상에 맞게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기본권을 포함해 헌법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헌법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기본권 수호와 공동체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회통합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본질’에서 개헌의 논거를 찾아야 한다. 본지는 제68주년 제헌절을 맞아 국민의 공감대를 견인할 수 있는 ‘민생 개헌’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 "의회의 기능으로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모든 경제세력들이 공정하게 시장경제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입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 "헌법 119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적정한 소득의 분배,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헌법을 고치자는 얘기가 많습니다만 저는 이 대목에선 제발 헌법을 지키자고 부르짖고 싶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20대 국회에 들어서면서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개념은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돼 있다. 87년 체제가 들어서던 당시 이 문구도 헌법에 새롭게 추가됐다.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이 조항은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지는 '개헌' 요구에 발맞춰, 우리 경제질서를 정의한 헌법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해석 놓고 이견
 
헌법 9장의 첫 조항인 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돼 있다. 우리 경제를 거시적으로 정의하는 대목이다.
 
논란이 되는 항목은 2항이다. 제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8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지난 2012년, 재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2항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기업활동에 있어 국가의 지나친 통제와 옥죄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 금융 규제감독 강화 등 해당 조항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하위 입법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헌 68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해 "'경제주체 간 조화'의 의미가 경제의 민주화를 설명한다"면서 "경제민주화는 다름아닌 경제영역에의 인간의 참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민주주의 요소를 경제로부터 제외하는 게 잘못된 헌법논리"라며 "시장의 존재 이유는 인간이며,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존엄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치와 동시에 경제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반해 이장희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경제민주주의가 아닌 '경제민주화'라는 것은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경제에서 실현해보자는 맥락으로 풀이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그 안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자율성과 상호평등, 분배까지 아울러 경제평등까지 실현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법학박사인 노진석 인권정책연구소 연구원도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여러 경제민주화 정책은 헌법에서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 를 규정한 취지에 맞게 정부 위주의 지나친 통제 정책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도 여러 경제주체 중 하나일 뿐이기에 사회 내 많은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역할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봤다.
 
학계에선 정치권이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를 활용해 '경제민주화'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이용하고 있는 부분도 구체적 논의를 해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민주화가 특재벌개혁만 얘기하는 게 아닌데 특정이슈만 얘기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이라며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해결의 수단으로서 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헌 68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앞줄 왼쪽 다섯번째) 등 내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경제헌법 조문, '형식적' 조문에 불과…논의의 장 활용해야

최근 불거지는 개헌론과 맞물려 소외돼 온 경제헌법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도 나온다. 

총 10장의 헌법 조항 가운데 경제 조항은 9장에 들어있다. 지금까지 9번 헌법을 개정하는 동안, 87년 체제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경제헌법 조항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노 연구원은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 문구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존재하였지만 규범력 없는 헌법 조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경제민주화 논쟁이 불거지면서 경제헌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나, 본격적이지는 않다.

한상희 교수는 "헌법사는 물론 헌정사의 측면에서도 우리가 가져야 할 경제헌법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다른 헌법규정들과 어떠한 연관 속에서 구성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제 처음으로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여지를 갖게 됐다"면서 "진지하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경제체제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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