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인민은행 관계자가 중국 기업이 통화완화 효과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기미가 감지됐다며 경고했다.
화신망(和迅網)은 성쑹청(盛松成) 중국 인민은행 조사통계사(司·국) 사장이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2016년 중국 자산관리 연차회의'에서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풀렸지만 기업의 투자는 저조하다"며 "자금이 제대로 회전되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에 발을 내디딘 것 같다"고 우려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 증가율 격차가 언급됐다.
M1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전년 동기대비 14%에서 지난달 24.6%로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M2 증가율은 지난달 11.8%로 올해 목표치인 13%를 밑돌았다.
또, M1은 일반적으로 시중 유통 통화량(M0)과 현금화가 가능한 예금통화를 합친 것인데 최근 44조 위안을 넘어선 M1 중 M0는 6조 위안을 조금 웃도는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 대부분을 시장주체가 예금으로 묶어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민간투자 증가율은 크게 둔화됐다. 올 상반기 중국의 전년 동기대비 민간 투자 증가율은 사상 최저치인 2.8%에 그쳤다.
이에 성 사장은 "자금을 시장으로 빼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통화정책 운용과 동시에 법인세 부담 완화, 국채 추가발행,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정책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6월 중국 은행의 신규 위안화 대출이 5개월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중국 은행 신규 위안화 대출은 1조3800억 위안(약 234조원)으로 전월 대비 무려 40%가 급증했다. 시장 전망치인 1조 위안도 크게 웃돈 수치다.
신규대출 상당부분이 부동산 시장에 쏠려있어 우려된다. 올 상반기 신규대출 중 개인을 대상으로 한 중·장기 대출이 동기간 기업 대출과 맞먹었고 개인 대출의 90% 이상은 부동산 구입 관련 대출이었다. 이에 부동산 시장 거품과 리스크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빚더미' 앉은 중국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의 함정이란 케인스가 제시한 학설로 이자율 더 낮아질 수 없는 수준까지 떨어졌을 때 통화량을 아무리 늘려도 투자자가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는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한 통화량의 주입도 기업 투자를 자극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된다.
경기부양 차원에서 지난해 유동성을 쏟아부었던 인민은행은 올해 통화정책 운용에 신중한 모습이다. 기준금리 혹은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자제하는 대신 역(逆)환매조건부채권(역RP) 등 공개시장 조작으로 자금을 수혈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는 계속 힘을 잃고 경기 회복세도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화신망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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