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돋보기③]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진서우를 만든 이성경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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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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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아버지는 폐지를 줍고, 고등학교를 자퇴해 학교는 안 다니지만 옷 살 돈이 없어 항상 교복만 입는 암울한 설정의 오소녀(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재기발랄하게 연기해내는 이성경을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아직 기억한다.

사실 '신선하다'가 지닌 뜻이 무색할 만큼 신인 배우 혹은 무명 배우가 약간이라도 틀에 벗어난 캐릭터를 부족함 없이 연기해낼 때마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속 빈 칭찬은 어김없이 쏟아지지만 이성경의 경우는 다르다.

그 특별할 것 없는 신선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성큼성큼 성장하면서 충격에 충격을 더하고 있으니까. 연기 데뷔작인 SBS ‘괜찮아 사랑이야’로 선명하게 제 이름을 각인시킨 그는 불과 반년 후에 MBC 50부작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 주연 자리를 꿰차며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그 드라마가 종영하자마자 tvN ‘치즈인더트랩’ 합류 소식을 전하며 숨 가쁘게 필모그라피를 쌓았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마지막 방송을 내보낸 지 고작 이틀 후에 SBS ‘닥터스’ 출연 소식이 전해졌고, ‘닥터스’가 한창 방영 중인 지금 MBC ‘역도 요정 김복주’ 출연을 고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역도 요정 김복주’ 경우에는 타이틀 롤을 제안받았다.

당연하게 이 숨 가쁜 성장에는 성장통이 뒤따랐다. “신선하다” “날 것 같다”는 찬사는 “어색하다” “과하다”는 비판이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드라마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괜찮아 사랑이야’로 데뷔하면서 촬영 내내 그 흔한 연기 레슨 한 번 받지 않은 이 겁 없는 연기자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오히려 빠른 성장을 위해 악착같이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양치기 전략은 꽤 유효한 듯하다. 이성경은 ‘닥터스’에서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담임 교사 김래원과 현재 짝사랑하는 의사 선배 윤균상을 모두 박신혜에게 빼앗기고 마음고생하는 금수저 의사 진서우를 맡았는데 철없고 신경질적인 진서우에게 은근히 마음이 쓰이는 걸 보면 말이다.

그의 고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이미 거절 의사를 표한 윤균상에게 또다시 들이댔다가 차이고서는 “앞으로 6개월 동안 여자 만나지 마. 내 고백 거절했으면 그 정도 애도 기간은 가져줄 수 있잖아”라며 뾰로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뻔뻔함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돼 애잔하다.

악역으로 고정되어버린 여느 금수저와는 달리 안타깝게 보낸 환자에 눈물짓고 나쁜 짓을 꾸민데 대한 죄책감도 느끼는 밝고 따뜻한 성격이지만 사랑받지 못한 것이 서러워 삐뚤어진 진서우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인물이다. 그 흐릿한 접경에 굳건하게 발을 디디고 있는 이성경, 그의 성장 속도는 분명 신선한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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