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외교와 경제는 밀접하지만, 간섭하기 힘든 영역으로 분류됐다. 국가간 전쟁이나 이념차이에 의해 외교적으로 등을 돌리지만, 경제는 또다른 문제로 여겼다.
최근 세계경제는 정치적인 움직임이 강해진 모양새다. 남중국해와 사드배치 등으로 '신냉전체제'라는 새로운 이해관계도 발생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양한 경제적 규합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세계경제가 더 복잡한 가치사슬(GVC) 구조로 변할 것이라며, 통상을 중심으로 한 ‘경제외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신냉전체제와 같이 언제 어디서든 돌발변수가 발생하는 것에 확실하게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연구기관 합동으로 내놓은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을 보면 세계경제 통합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가 복잡해지고, 생산 단계별 부가가치 편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생산 부가가치는 하락하고, 개발 및 마케팅 등 생산 전후방 단계 부가가치는 상승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단계 선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수의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GVC에서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메가 FTA 등 거대경제권 주도의 국제통상질서 재편이 예상돼 FTA 선점효과의 약화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메가FTA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도 부가가치 중심의 교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경제외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인 셈이다.
정부도 중국을 대외 경제정책의 주요 전략지로 삼아왔지만, 최근 다양한 국가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할랄·코셔 등 2~3년 전에는 생소하던 경제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부분도 박근혜 정부의 친중국 정책 노선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외교는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한국경제가 특유의 근성도 사라지면서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직 자리를 AIIB가 본격적인 활동도 하기 전에 내준 것은 경제외교에 구멍이 뚫렸다는 방증이다.
마땅한 거시경제전문가도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의 국장급 이하 공무원은 거시보다 미시에 강하다. 복잡한 거시경제는 뒷전이고, 예측가능한 실물경제에 중점을 둔 결과다.
경제계 한 원로는 “요즘 거시경제를 잘 아는 젊은 경제전문가들이 드물다. 매년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빗나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며 “세계경제가 급변하는 현실에서는 흐름을 정확히 짚어내는 거시경제 전문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수출입 위주의 통상전략으로는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과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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