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닌텐도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세계를 흥분시켰다. 그리고 몇 주만에 중국에서는 '포켓몬 고'가 아닌 '시티몬 고'가 등장했다. 하지만 조잡했다. 증강현실(AR)도 없었다. "중국 짝퉁이 그렇지 뭐" 싶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중국 앱스토어 1위 모바일 게임이 한국 시장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기대감을 갖고 출시 당일 바로 다운로드했다. 하지만 재미가 없었다. 그래픽도 단순했다. “중국이 그렇지 뭐”, 그랬다.
하지만, 중국 게임업계는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크게. 여전히 짝퉁이 넘쳐나지만 중국 게임업계의 기술력·자금력·영향력 등 모든 것이 막강해졌다. 노하우도 쌓았고 먹성 좋은 차이나머니는 글로벌 기업을 집어삼켰다.
넷마블게임즈, 웹젠 등 한국 게임업체가 중국 짝퉁 게임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한다. 개발한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캐릭터를 무단 도용하고 중국 앱스토어에 짝퉁 게임이 판매된다.
여기에 최근 추가된 것이 있다. 과거와 달리 '진짜’보다 뛰어난 '짝퉁' 게임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우후죽순 나타난 짝퉁으로 중국 시장 진입도 쉽지 않은데 이제 짝퉁에 경쟁에서 밀리게 생겼다.
세계 1위의 게임업체는 어디일까?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액티비전 블리자드? 아니다. 바로 텐센트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게임 수입에 주력했던 그 텐센트다. 짝퉁 일색이라고 얕잡아봤던 중국이 어느새 게임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는 최근 '클래시 오브 클랜'의 핀란드 게임개발사 슈퍼셀을, 2011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에픽게임스의 지분도 확보하며 강력해졌다.
지난달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요즘 짝퉁이 가격은 물론 품질도 진품보다 낫다"고 말해 명품업계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짝퉁은 나쁘다. 하지만 짝퉁이 진품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짝퉁으로 시작한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그렇지 뭐”라는 자만심은 지금 당장 던져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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