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당 이활의 생애-52]6·25발발, 부모님 걱정에 곧바로 서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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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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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52)

  • 제3장 재계활동 - (47) 효(孝)의 길

목당 이활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일러스트=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 공산군은 38선 전역에 걸쳐 남침을 감행해 왔다.

목당(牧堂) 이활(李活)은 때마침 대한여행사(大韓旅行社) 이사장으로 동래호텔 준공식에 참석차 부산에 와 있었다. 11시경 호텔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북괴군의 전면 남침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군가가 울려 퍼졌다. 괴뢰군의 남침은 확실했다.

목당은 상경을 서둘렀다. 서울에 계신 늙은 부모의 일이 걱정이었다. 사직동 집엔 아들 병린(秉麟) 내외가 있지만 공산당들이 목당의 집안을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대구 10월폭동을 겪고 이제 사직동에 거처를 마련하여 4대가 한집에서 평안을 누릴 만하니 또 난리가 터진 것이다.

기차는 대전에서 끊겼다. 벌써 정부 요인들이 그곳에 피난와 있어 해위(海葦) 윤보선(尹潽善) 등 친지들은 목당의 상경을 만류했다. 누가 만류한다고 해서 대전에 눌러 앉아 있을 목당이 아니었다. 그는 피난해 오는 행렬을 헤치면서 거슬러 올라갔다.

군포(軍浦)에 가면 여행사 전무의 시골집이 있었고 아들의 친구인 소설가 이무영(李無影)의 집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군포에 다다라 보니 두 집 다 주인들이 이미 피난을 떠나고 없었다. 목당은 하는 수 없이 이곳에서 허름한 한복으로 행색을 바꾸고 과천으로 돌아 광나루를 건넜다. 교문리 동구릉 과수원으로 숨어 들어가는 길을 택하여 다시 떠났다. 목당가(牧堂家)는 동구릉 근방에 6000여 평의 과수원을 갖고 있었으므로 과수원지기 이(李) 노인을 만나면 가족의 안부나 행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었다.

부모에 불효하여 천추(千秋)의 한을 남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에 죽음을 각오하고 전선(戰線)을 뚫는 모험이고 보면 목당은 야숙(野宿)이 고생이랄 것도 없었고, 허기진 창자엔 감자 한톨이 달기만 했다.

천호동에서 먹을 구하러 나루를 건너온 시민들 틈에 끼여 목당은 무난히 배를 탈 수 있었다.

이 때의 목당의 행색은 말이 아니었다. 텁수룩한 수염은 얼굴을 가렸고 며칠 동안의 야숙과 굶주림에 지쳐 기력조차 차리기 어려웠다. 이런 목당의 모습에는 보안대원들도 의심을 두지 않았다.

목당이 가까스로 동구를 과수원에 숨어든 것은 7월 초였다. 과수원지기 이 노인이 서울을 다녀와 전하는 말은 목당의 양주가 명륜동 둘째아들 집에 계시다는 것이었다. 셋째 담(潭)은 자기 식솔들을 이끌고 남하했으나 둘째 홍(泓)은 농림부 차관보(次官補)로 있다가 피난 기회를 잃고 서울에 머물러 있었고, 넷째 호(澔)는 단신 정부요인들을 따라 남하했다는 것이다. 아들 병린은 장인인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가 같이 남하할 것을 권했지만 조부모를 두고 떠날 수 없어 머물러 있다가 지명수배 대상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기 식구들만을 이끌고 잠적했다는 이야기였다.

목당은 변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위급할 때 부모 곁을 뜨지 않고 지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족했다. 그는 다음날 명륜동으로 들어가 부모님을 뵈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싸움터를 뚫고 부모를 찾아온 아들을 만나자 석와(石窩) 이인석(李璘錫) 내외는 할 말을 잊었다. 사직동 집에서 축출당하여 명륜동으로 옮긴 노부모는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이때부터 수복될 때까지 목당은 부모 옆을 뜨지 않았다. 효(孝)의 길이란 목당에 있어선 인간의 근본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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