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집권4년차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실세이자 최측근인 친박계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공천개입’ 녹취록으로 당권 장악은 이미 물 건너갔다. 핵심 측근인 우병우 민정수석은 처가의 부동산거래에 진경준․넥슨의 도움을 받은 의혹, 법조 비리 홍만표 변호사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정권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 역시 교육부 공직자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 파문에 윤병세 외교부장관 쇼핑 등 정권말 공직기강은 여지없이 무너진 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와중에 ‘사드’ 배치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면서 국내외 갈등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괌 기지 공개에도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사드배치 지역인 성주 주민들의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드 배치 논란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리얼미터의 7월 2주차 주간집계(11∼15일, 2526명, 응답률 10.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9%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간신히 머물고 있으며, 대구경북(TK)의 경우 41.4%에 그쳤다.
청와대는 우 수석 의혹에 대한 검찰조사와 대통령 사과, 전면 개각을 요구하는 야권의 공세에 '국정 흔들기를 자제하라'고 맞대응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우 수석은 18-19일 연 이틀 동안 각종 의혹 보도가 이어지자 즉각 입장 발표문을 내고 해당 언론사들을 고소하며 적극 대응을 해왔다. 급기야 20일에는 처음으로 기자들과 직접 대면해 1시간여 동안 상세한 해명에 나섰다. [관련기사 6면]
그러나 진위 여부를 떠나 최측근 참모가 각종 의혹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싸늘해진 여론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또 4.13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개입한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 "개인적으로 통화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 전 수석 개인이 한 일로 본인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역시 청와대가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터질 때마다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며 사태를 수습해온 방식인 셈이어서 수습 국면으로 가기 보다는 당내 계파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대북제재와 규제개혁, 노동개혁과 같은 시급한 경제활성화 이슈는 측근발 악재와 당 내홍이라는 블랙홀이 모두 집어삼켰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 속에서 국정을 뒷받침해줄 당과 정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장악력도 예전과 같지 않아 올해 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 한 핵심국정과제 추진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고강도의 국정 쇄신을 단행하고,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민심 이반과 레임덕 현실화는 더욱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박 대통령은 권력금수저 우병우 사단을 시급히 제거하고 전면개각을 단행해야 레임덕 폭탄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께로 예상되는 여름휴가 기간 동안 향후 개각과 정국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교체 대상 장관으로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근혜정부 원년 멤버인 윤성규 환경부 장관과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정 안정과 인사청문회를 고려해 관료 출신들을 대거 기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