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이제 자동차는 달리는 스마트 로봇이 될 것 입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21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월드 2016'에서 탈(脫)통신의 일환으로 혼다자동차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차량을 만들기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손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제 자동차가 달리는 초(超)지성 로봇이 되고, 사고를 일체 일으키지 않는 '달리는 슈퍼컴퓨터'가 될 것"이라며 "차량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은 인간이 운전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사장이 그리는 자동차와 AI의 융합은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차가 아니다. 자동차가 AI를 통해 운전자의 심리 상황을 파악하고, 운전자와 함께 대화하는 존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AI를 탑재해 운전자와 희노애락을 함께 할 자동차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행사에서 마쓰모토 노부유키(松本宣之) 혼다기술연구소 사장은 운전자와 AI가 대화하며 운전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한 소녀가 차량에 탑승하자 심리 상태를 파악한 AI가 "비발디의 봄을 틀어 드릴까요?"라고 말을 건네고, 세월이 지날 수록 소녀와 차량이 서로의 성격을 알게 되면서 감정을 나누게 된다는 내용이다.
마쓰모토 사장은 "앞으로 데이터 활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 가속화될 것이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전문가는 25일 "혼다자동차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독일에 AI기술 연구거점이 있지만,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처럼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AI기술은 아직 없다"면서 "통신과 AI의 발전으로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경쟁 항목이 생기면서 소프트뱅크의 AI기술이 절실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사장은 늘 소프트뱅크와 같은 통신기업이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AI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필수이며,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초기단계지만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스마트홈에서 개인비서 플랫폼과 연동한 인텔리전트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가령 집에서 일정 거리를 벗어났을 때, 집에 가스가 켜져 있거나, 전등이 켜져 있을 경우 스마트홈 앱으로 '집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기능이다. SK텔레콤의 AI를 활용한 개인비서 플랫폼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될 예정이다.
KT는 쇼핑몰과 구매자 간 상품 정보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해주는 모바일 데이터 커머스 '쇼닥'을 통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쇼핑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기계학습, 머신러닝 등을 통해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구매자와 사업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KT가 추진하는 스마트 에너지 사업 분야에서도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와 생산, 거래를 위해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통신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음성 인식, 영상 인식, 자연어 처리 영역에서 AI를 강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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