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해양과학기술 로드맵. [자료=국가과학기술위원회]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우리나라 해양바이오 시장이 태동기를 맞았다.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분야인 바이오산업 중 하나인 해양바이오가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것이다.
정부도 해양바이오 기술 발굴을 위해 오는 2019년까지 4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해부터는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홍합·조개 껍데기 등 패각을 활용한 기술뿐아니라, 다양한 해양 생물에서 나오는 신소재 개발도 잰걸음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상진 해양수산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은 “세계 해양바이오 시장은 연간 약 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2%대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정부도 이런 추세에 맞춰 해양생명자원을 활용한 해양바이오 헬스케어‧산업 소재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가치에 집중하는 해양바이오 산업
해양바이오 시장은 아직까지 미완의 분야로 인식된다. 기술개발이 한창이지만, 상용화는 더디다. 단 여러 기술개발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 고무적이다. 우리나라가 해양바이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해양바이오 시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기술경쟁이 시작됐다. 호주는 2010년 신종플루(H1N1) 백신을 개발했는데, 이 소재가 바로 ‘미역’ 이다. 백신 개발 업체인 Marinova사는 미역류 유래 후코이단 화합물에서 소재를 찾았다.
해양바이오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우수한 신흥 기술분야로 분류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생명공학분과에서는 해양바이오산업 시장 규모가 많게는 연간 10~12%, 보수적으로는 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학재단도 이와 유사하게 해양바이오 국제 시장규모가 2010년 4조3229억원(28억 유로)에서 매년 평균 12%의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패각류에서 답을 찾다”…의료용 접착제 시장 주도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홍합이 바다속 바위 등에 부착시 사용하는 접착 단백질을 활용, 수술용 실을 대체할 수 있는 홍합유래 순간조직접착제를 개발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수술용 실은 몸속에서 이물질로 작용해 염증이나 흉터를 남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약한 조직에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시선이 쏠린다.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연구단이 개발한 순간조직접착제는 수술용 실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는 홍합이 바다의 젖은 바위에 부착시 사용하는 홍합접착단백질에 청색파장의 빛을 쪼여 접착력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곤충 관절에서 발견되는 안정적이고 유연한 결합물질(dityrosine)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홍합접착제는 기존 소재가 가진 한계인 충격, 인체에 대한 독성, 접착력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것이다. 인체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빠르게 흉터를 최소화시킨다.
세계 의료봉합 및 접합시장 규모는 연간 140억 달러(한화 약 15조원) 규모로, 홍합 유래 조직접착제 상용화가 성공할 경우 세계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해수부는 기대하고 있다.
차형준 포항공대 교수는 “향후 다양한 생체조직의 접합 및 접착을 위한 기반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활용한 약물전달 및 지혈제로 응용연구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활어시장이나 수산가공공장에서 대량 발생되는 미활용 어류 껍질(패각)도 해양바이오 소재로 활용 가치가 높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패각을 활용한 피부조직 재생용 의료소재를 개발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 융복합 바이오닉스 소재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2015~2019)’을 통해 부경대 의공학과 정원교 교수팀이 얻어낸 연구 성과다.
정원교 교수팀은 미활용 부산물인 패각에서 고순도 콜라겐을 얻어 피부조직 재생용 세포담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개발된 어류 콜라겐 세포담체는 키토산올리고당을 결합해 재생능력뿐 아니라, 향균 및 항염증 효능도 우수하다.
실제 어류 콜라겐 세포담체를 이용한 피부세포 배양 실험 결과, 피부에 독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또 세포담체를 이용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피부세포 증식률이 2.5배 더 높았다.
최근 고령화 및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 증가에 따라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내 의료소재 시장 또한 4조원대 규모이며 매년 7%이상 연평균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의료용 콜라겐 관련 제품은 건강과 미용에 대한 수요에 따라 세계시장 규모는 약 5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나노소재 시장도 해양바이오 기술에 주목
그동안 바이오 시장의 꿈의 신소재로 불리던 나노소재 분야도 해양바이오 기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세조류에서 추출한 세포가 일반 나노소재보다 재생능력이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해양 미세조류 일종인 스피룰리나 피부세포 활성화 및 재생촉진 물질을 함유한 나노소재는 일반 나노소재와 비교해 실험용 쥐의 손상된 피부조직 재생을 2배 촉진하는 효과를 보였다.
해수부와 신화성 인하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발견한 스피룰리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플랑크톤으로, 35억년간 열악한 환경에 생존하면서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보유하게 됐다.
그중 노화 주요 원인인 활성산소를 낮추는 효능을 가진 ‘피코시아닌’은 상처부위 세포를 활성화시켜 효과적인 피부재생을 돕는다. 연구팀은 스피룰리나 피부재생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피코시아닌을 나노소재에 접목시켰다.
나노섬유는 나노 단위(10억분의 1m) 가는 실을 여러 겹으로 쌓아 만든 섬유로, 그 구조가 세포 외 기질과 유사해 상처부위 약물전달 및 상처재생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스피룰리나 나노소재 재생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용 쥐의 손상된 피부조직에 스피룰리나 나노소재를 처리한 결과, 쥐의 상처 크기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피부 조직재생에 필요한 수분 함량도 일반 나노소재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화성 교수 연구팀은 특허 등록을 마치고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했으며, 공정최적화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스피룰리나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피룰리나 나노소재 개발로 인해 화장품 및 의료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해양생물을 활용한 식품·의료·산업소재 등 개발을 통해 해양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해양생명공학사업, 차세대 인류의 먹거리
해양은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며,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 80% 이상, 약 50만 종 생물이 서식하는 인류의 중요한 자산이자 차세대 신산업 창출의 보루다.
미래학자 폴 케네디는 그의 저서 ‘21세기의 준비’에서 21세기에서 인류 미래를 좌우할 3대 항목으로 다국적 자본(Multi capital), 대중매체(Mass media) 그리고 해양(Marines)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제시했다.
해양생물은 육상과 달리 염분이 녹아있는 해수 환경과 저온, 고온, 고압, 빈영양 등 극한 생태계에 생존해 특이 생체구조 및 방어기작, 생명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생명자원 가운데 유용생물자원으로 활용되는 비율은 전체 해양생명자원의 극히 일부분인 약 1%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해양생명공학이 향후 신산업으로 주목 받는 이유다.
해양생명공학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성장가능성이 높은 태동기의 신산업 분야다.
1950년대 캐리비안 해면동물(Tethys crypts)에서 핵산물질을 포함한 특이한 당(arabinose)이 포함된 핵산물질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해양생명자원 잠재력이 인정받게 됐다.
육상자원을 이용한 신물질, 신의약품 등은 대부분 특허 등을 선진국이 선점하고 있어 진입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해양생물자원의 경우 높은 생물종다양성 확보가 가능함은 물론, 선진국들도 적합한 수준의 R&D 투자를 하지 못해 우리나라 원천물질 개발 및 독점적 물질특허 확보 가능성이 높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면 관련 분야에서 독점적 물질특허권 확보가 가능하고 유용신물질 발견 확률, 제품화 비율(육상생물에 비해 약 2.17배)이 높아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해양생명공학 분야는 IT혁명 이후 세계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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