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현재 국내 가요계 아이돌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비슷한 콘셉트의 그룹은 즐비하며, 이들의 콘텐츠는 한계에 다다랐다. 보통 아이돌 그룹들은 2명 이상의 다수의 멤버로 구성되는 경우인데, 그렇다보니 투자 비용도 꽤 크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위 ‘뜨기’ 위해 행사 등에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가 하면, 해외 활동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마저도 힘에 부치면 사라지는 게 아이돌 시장의 현실이다. 특히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경우 활동을 위해 들어가는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그럼에도 데뷔 5년차 이상의 내공있는 팀들이 여전히 존속되는 경우가 있다.
팬들 사이에서도 ‘나.달.렌’이라고 불리는 잠수함 걸그룹이 그 주인공. ‘나.달.렌’은 걸그룹 나인뮤지스, 달샤벳, 레인보우를 줄인 말로 딱 한 방이 아쉬운 걸그룹들이다. 이들은 멤버들간에 큰 불화도 없었으며,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와 비주얼 등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멤버들로 구성 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뜨지 못해 가요 팬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데뷔한 레인보우를 필두로 나인뮤지스, 달샤벳은 꽤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면서도 데뷔 후 단 한번도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본 적이 없는 ‘불운의 걸그룹’이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은 큰 인기를 누리며 화려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직후 나온 이들은 왜 성공할 조건이 다 갖춰졌음에도 불구하고 2%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는 걸그룹을 짚어봤다.
◆ 가요계 독보적인 비주얼 甲 '나인뮤지스'…아쉬움은 임팩트 없는 음악?
먼저 지난 2010년 데뷔한 걸그룹 나인뮤지스는 나달렌 그룹 중 가장 멤버 변화가 많았던 걸그룹이다. 팀명처럼 9명의 멤버로 시작했던 나인뮤지스는 여러번의 멤버 교체가 있었다. 2010년 데뷔 때 라나, 재경, 비니, 세라, 이샘, 이유애린, 은지, 혜미, 민하로 이뤄진 9인조 나인뮤지스는 그해 10월 재경이 탈퇴하고 새 멤버 현아를 영입했고, 이듬해인 2011년 8월에는 라나와 비니가 팀을 탈퇴했다.
7인조가 된 나인뮤지스는 2011년 새 앨범 ‘휘가로’를 발표하고 활동하다가 2012년 경리를 영입했다. 이후 2013년 1월에는 성아를 영입해 다시 9인조가 됐지만 지난 2014년 1월 이샘과 은지가 탈퇴하고 6월 세라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나 6인조가 됐다. 그러다 다시 2015년 1월 소진과 금조가 합류하며 이유애린, 혜미, 민하, 현아, 경리, 성아, 금죠 소진 8명으로 다수의 앨범을 냈다. 멤버들간의 호흡과 곡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역시 1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나인뮤지스는 올해 2월 데뷔 6년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감동적인 순간을 팬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지난 6월엔 데뷔 원년 멤버인 민하와 이유애린이 탈퇴하며 다시 6인조가 됐다.
연이은 멤버 탈퇴와 영입에도 나인뮤지스를 향한 팬들의 충성도는 높았다. 매니아층 팬들도 즐비했으며, 특히 여덕(여자 팬)이 많은 걸그룹 중에 한 팀이었다. 외모에서도 일명 ‘구멍’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얼굴에, 데뷔 당시 불리던 ‘모델돌’이라는 수식어에도 걸 맞는 훤칠한 몸매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콘셉트 역시 있는 그대로에서 풍겨지는 과하지 않은 섹시가 이들의 특징인데 그럼에도 어필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멤버들의 잦은 변화 역시 팬들에게 혼란을 주는 면도 없지 않지만, 이 역시 좋은 음악을 꾸준히 발표한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나인뮤지스가 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좀 더 대중적이고 자신들만의 색깔이 들어가있는 좋은 음악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실력에 대중성과 음악성이 조금 더 채워진다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
그럼에도 나인뮤지스는 꾸준하게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는 8월 4일 또 한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멤버 성아와 현아를 제외한 혜미, 소진, 금조, 경리 4명의 멤버로 이뤄진 유닛 나인뮤지스 A로 컴백을 준비하고 있다.
나인뮤지스 A는 그간 나인뮤지스가 갖고 있던 콘셉트인 ‘섹시’를 벗어나 소녀 감성을 가미한 색다른 모습의 신곡 ‘입술에 입술’을 발매하며 반등을 노린다.
◆ 작사-작곡 능력 갖춘 멤버들, 터질듯 말듯 안 터지는 '달샤벳'
지난 2011년 데뷔 후 정규 1집을 포함해 총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달샤벳(세라, 우희, 아영, 수빈)은 6명의 멤버로 출발했다. ‘Supa Dupa Diva’로 데뷔한 달샤벳은 상큼하고 발랄한 콘셉트를 내세워 데뷔했다. 중독성 있는 무대로 데뷔 때는 주목 받는 신인이었다. ‘핑크 로켓’ ‘블링블링’으로 귀여운 콘셉트를 유지하다 2012년 ‘히트 유’로 19금 콘셉트를 선택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2014년 발표한 ‘B.B.B’로 한층 더 성숙된 이미지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 역시 별다른 붐업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멤버 수빈이 뛰어난 작곡 실력으로 팀을 지원 사격했지만 이 역시 팀의 성공에는 크게 일조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달샤벳 팬들을 비롯한 다른 가요 팬들은 달샤벳이 2%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 “특유의 색깔이 없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매력을 어필할수 있을만큼 실력있는 그룹은 맞지만, 뚜렷하게 임팩트를 주는 게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을 내놨다.
더불어 지난해 11월 멤버인 가은과 지율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팀을 떠나 4인조로 재정비 되기도 했다. 멤버들 간의 사이는 매우 좋다. 팀을 떠난 가은과 지율 역시 팀 활동이 시작하면 응원을 아끼지 않을 정도다. 아이돌 그룹이 갖춰야할 멤버들간의 호흡도 잘 맞다.
음악성도 갖춰졌고, 그럼에도 아직 강렬한 한 방이 부족하다. 계속되는 호평에도 상반된 기록은 이들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뚜렷한 개성이 필요해"…'레인보우'
‘나달렌’ 중 가장 오랜 데뷔연차를 지닌 레인보우도 지독히 안 뜨는 팀 중 하나다.
리더 김재경을 필두로 고우리, 노을, 김지숙, 오승아, 정윤혜, 조현영으로 이뤄진 레인보우는 지난 2009년 데뷔해 올해로 8년차를 맞이한 내공의 걸그룹이다. 오랜 활동 기간 중 나인뮤지스, 달샤벳처럼 멤버 변화도 없었던 그야말로 꾸준하고 기복없는 팀이다. 물론 멤버들의 이름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을 정도로 개인 활동 역시 가장 왕성하게 하고 있는 그룹이다.
리더 김재경은 타고난 입담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예쁜 미모와 상반되는 털털함으로 많은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있으며, 멤버 김지숙은 연예계 대표 ‘금손’으로 불릴 정도로 손재주가 좋아 파워블로거에 여러 능력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KBS ‘연예가 중계’에서 리포터로 활동할 정도로 수려한 진행 솜씨도 가졌다.
또 멤버 고우리와 노을, 오승아, 정윤혜 등은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멤버 조현영 역시 드라마와 각종 행사의 셀럽 등으로 참석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인보우는 히트곡도 있다. ‘A’의 경우 많은 익숙한 멜로디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으며, 발표하는 노래마다 음악 팬들은 “노래와 안무 모두 좋다. 중독성 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유닛그룹 ‘레인보우 블랙’으로 섹시 콘셉트로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놨지만 이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노래 실력, 퍼포먼스, 외모, 인지도는 물론 인성까지 어느 그룹과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는 레인보우가 음원 성적과 음악방송 1위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들 역시 뚜렷한 색깔이 없는 탓인데, 이들만의 뚜렷한 무엇가를 찾아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는 게 중요해 보인다.
나인뮤지스, 달샤벳, 레인보우 외에도 헬로비너스, 스텔라, 베스티 등의 걸그룹도 강력한 한 방이 없는 그룹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꼭 음원차트나 음악 방송 등에서 1위를 해야만 잘된 그룹이라 평가할 순 없지만, 어쨌든 눈에 보여지는 기준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모두 대중적인 인지도는 충분하다. 그리고 개개인이 가진 능력도 톱 걸그룹들의 멤버들이 가진 능력보다 높이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많고 많은 아이돌 그룹의 틈바구니 속에 자신들만이 가진 개성과 능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팀 전체의 새로운 점을 모색한다면 이들도 늦지 않은 기간내에 1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