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져 20여 명이 숨지는 등 5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혐오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최근 늘고 있는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지통신, NHK 등 현지 언론이 26일 보도에서 한 내용에 따르면, 용의자 우에마쓰 사토시(26)는 범행 직후인 이날 새벽 3시께 직접 경찰서로 출두해 자수했다. 건조물 무단출입·살인 미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장애인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두 당시 용의자의 가방에는 칼 등 흉기 3개가 들어 있었고 자동차 조수석에는 피 묻은 수건 등이 흩어져 있었다. 운수직 등을 전전했던 우에마쓰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해당 시설에서 비상근 직원으로 일하다 올해 2월께 퇴직했다. 경찰은 해고에 불만을 품고 계획 범죄를 벌였을 가능성 등 자세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혐오 범죄' 가능성도 열려 있다. NHK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우에마쓰는 지난 2월 도쿄 치요다구 내 중의원 의장의 관저를 방문해 "의장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A4 용지 크기의 편지에는 "일본을 위해 장애인 470명을 말살해야 한다", "장애인을 안락사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등의 내용이 자필로 적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증오 범죄나 혐오 범죄가 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괴한이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 난입해 아동 8명을 살해하는 등 3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뒤 "아이들이 싫다"는 발언을 해서 충격을 줬다. 2013년에는 야마구치현의 시골 마을에서 마을 주민이 같은 마을 남녀 5명을 살해해 살인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특히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쌓인 20~30대 젊은 층이 세상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범인은 시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산속 민가에 거주하면서 평범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주민들도 대부분 '밝은 청년'으로 평가했다. 다만 "시설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요주의 인물이다"라는 평가를 들었다는 증언도 일부 나왔다.
26일 새벽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 소재 중증 장애인시설에 20대 남자가 침입, 흉기를 휘둘러 19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에는 4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놓이는 등 중상자가 많아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일 범행으로는 전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5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 사건 당시 13명이 사망했고 2008년 오사카지 나니와구 비디오가게에서 방화가 일어나 16명이 사망했다.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은 지난 2001년 도쿄 가부키쵸에서 일어난 상가 화재로, 당시 44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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