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싫든 좋든 누군가에게 늘 주목받는다. 그리고 그런 주목 받음이 연예인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다보면, 굴곡진 시간을 거쳐 가는 건 이들에게 통과의례와도 같다. 그러나 송은이는 그간 큰 스캔들 없이 무난하게 연예계 생활의 스물 세번째 해를 지내고 있다.
송은이는 지난 1993년 KBS 특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지금은 ‘예능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 공개 코미디의 원조, 콩트 무대로 시작한 정통 코미디언이다. 물론, 현재 국내 코미디 여건상 콩트 코미디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자의 반 타의 반 콩트 무대를 떠나 있었다.
“오랫동안 공개 코미디를 떠나 있었지만, 저 역시 무대 위에서 개그를 시작했던 사람이고,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있기 전부터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었어요. 제가 했던 공연이 아마 ‘개그콘서트’가 만들어진 모티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998년도에 개그맨 김진수, 이휘재, 백재현, 김생민 씨 등과 함께 무대 공연을 했었는데 그게 ‘개그 콘서트’의 전신이죠. 그래서 코미디언들은 모두 무대를 그리워 할 겁니다. 저도 2003년도에 유재석 씨와 함께 했던 ‘코미디 타운’이라는 콩트 프로그램이 마지막이었거든요. 늘 콩트를 하고 싶단 생각은 했지만, 혹독한 아이디어를 할 자신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습니다. (웃음)”
콩트 코미디언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그녀지만, 송은이는 몇 년 전 ‘무한걸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예능은 불모지와 같은 방송계에서 김숙과 함께 여성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 예능에서도 두 사람의 활약은 눈에 띈다.
“너무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제가 ‘무한걸스’를 5년 정도 했었잖아요?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남자와 여자 예능인을 나누다보면 희한하게 여자 예능인들이 그 역할을 다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데 100%라면 그 100%를 다 보여주지 못하는거죠. 그런데 여자들끼리 모이면 그 에너지와 힘은 확실히 다른 것 같긴 합니다. 그런 에너지와 힘을 시청자 분들께서 보시길 원하시다보니 다시 여성 예능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아요. 여자 후배들이 뭐든 뭉쳐서 잘 하면 너무 좋죠. 요즘엔 여자들끼리도 남자들 못지 않은 의리를 발휘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물었다. 송은이가 가장 눈 여겨 보는 여성 예능인은 누구일까.
“후배들 중 홍윤화가 너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김영희 씨도 개인적으로 웃기고요. 뭐 박나래, 이국주는 제가 지목하지 않아도 다들 주목하고 있는 후배들이고요.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잘 될 수 있는 후배는 이수지 씨요. 정말 가능성이 많은 후배들인 것 같아요.”
사실 송은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후배는 바로 절친한 동료이자 후배인 김숙이다. 김숙은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비밀보장’을 진행하고 있다. 넘치는 예능감과 뛰어난 입담을 가진 두 사람의 케미는 많은 매니아 팬 층을 확보 중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송은이만의 확고한 개그 철학도 있다.
“방송에서 김숙이 몸을 너무 사려요. 사실 저희가 방송 시작한 초반에는 두 세 번씩 녹음을 한 적도 있어요. 첫 번째는 너무 재미없어서였죠.(웃음) 재밌을 때까지 녹음을 했고, 이른바 ‘송은이 심의’가 있었어요. 하하하. 제가 김숙의 개그를 두 세 번씩 걸러서 편집하기도 했어요. ‘송은이 심의’는 딱히 기준은 없는데 상대방이 불쾌할 수 있는 개그는 방송에 내보낼 수 없어요. 물론 저와 숙이와 서로 비하하는 건 괜찮아요.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기분 나쁘지 않을 자신이 있잖아요.(웃음) 하지만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 했을 때 아무리 웃긴 이야기라도 이해관계가 없으면 어려워요. 그건 제 나름의 코미디에 관한 철저한 기준이죠. 여러명이 유쾌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위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지난 시간동안 송은이가 롱런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 바로 남을 깎아 내리지 않아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는 당연한 자신감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선후배, 동료들은 그를 향한 신뢰도가 깊다.
“저를 다 좋아할 순 없겠지만, 저는 제가 믿는 사람들의 충고는 소중히 들었어요. 보이지 않는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도 좋지만, 제가 체감이 안 되는 건 믿지 못하겠더라고요. 특별히 인맥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그러다보니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도 어색하진 않아요. 그게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의 많은 분들과 프로그램을 많이 했고, 그게 좋은 기회로 왔던 것 같아요. 예능인이지만 공교롭게 교양 성격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해왔는데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호기심을 갖고 애정을 가지면 특별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인맥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인기는 물론, 두터운 인맥까지. 모자란 것 없이 다 가진 그녀다. 이제는 조금 풀어져도 되고, 편하게 내려놔도 될 만큼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송은이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편했고, 또 겸손했으며 그녀만이 가진 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연예인병’ 쯤이야 걸려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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