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골퍼 박세리는 27일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가 될 것이다"며 "후배 선수들은 골프 외에 학업·취미 등에도 눈을 돌려 다른 세계를 보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리우 올림픽 목표요? 여자골프에 걸린 금·은·동메달을 휩쓰는거죠. 그러나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 등 강호들이 있기 때문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도울 생각입니다. 선수들이 우산처럼 ‘의지할 수 있는 언니’가 되고 싶어요.”
한국 여자골프의 ‘얼굴’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27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명목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LPGA(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의 홍보대사 위촉식이었으나, 화제는 리우올림픽과 그의 은퇴에 집중됐다. 박세리는 다음달 열리는 올림픽에 한국여자골프 코치로 나선다. 그는 이달초 US여자오픈을 끝으로 미LPGA투어 생활을 마무리했고, 올해말에는 현역에서 은퇴한다.
이같은 사정을 안 것인지, 박세리는 ‘메달 석권’이라는 목표를 내걸고도 이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우리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그렇다.
“태극기를 달고 나가므로 목표는 그렇게 잡았지만 선수들에게는 ‘금메달을 못따더라도 최선을 다하라’고 말할 겁니다. 실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신경쓸 겁니다. 경기 방식이 개인전이므로 기본적인 것만 조언하고, 선수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하는데 주력하겠어요. 대회가 끝나면 그들을 안아주고 위로할 겁니다. ”
1977년생인 그는 골프선수 생활을 한지 약 30년이 됐다. 국내에서 14승을 올렸고, 미LPGA투어에서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에도 들어갔으니 ‘성공한 골프인생’이라고 할만하다. 박세리는 “30년 골프인생에서 희생하고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더 많다. 골프를 통해 배우고 도전하고 경험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골프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그를 통해 성장하며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다. 내 골프인생을 점수로 매긴다면 ‘에이 플러스’(A+) 이상을 주고싶다.”고 자평했다.
그 때문일까. 그는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다만 “남자 선수로 태어나 미국PGA투어프로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싶다”고 했다.
골퍼들이 부러워하는 박세리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지 못한 것이 첫째요, 골프 때문에 학업을 등한시한 것이 둘째다.
“내 골프 인생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다만 내 자신에 대한 배려와 여유가 없었던 삶이 아쉬워요. 성공은 했어도 항상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골프 입문 당시에는 공부와 골프 가운데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였지요. 그래서 골프에만 매달렸습니다. 학업을 소홀히 한 것이 아쉬워요. 지금은 공부와 골프를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이 됐습니다. 후배들은 골프 외에도 학업·취미 등에도 관심을 가져 골프 외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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