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주열 "통화정책은 시간만 버는 것…재정·구조조정 정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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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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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조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병국·추경호·김광림 의원, 이주열 총재. [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나 스탠스는 같습니다. 통화정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단지 시간만 벌어주는 것 뿐이다, 과도한 완화정책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화정책도 열심히 하겠지만 재정 정책, 구조조정 정책도 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차분하지만 정확한 어조로 이 같이 말했다. 부진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통화정책보다는 재정 정책과 이를 활용한 구조개혁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 총재는 대내외 경제상황의 그래프를 보여가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포럼은 여야 3당 의원들이 한데 모인 국회 내 최대 규모의 연구단체로, 이날 강연에는 30여 명의 여야 3당 의원들이 모였다.

◆ 이주열 "재정여력 충분…구조개혁 시급"

이 총재는 최근 중국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다녀온 소감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회의는 한 마디로 말하면 힘이 빠지고 맥이 빠지지 않았나 싶다"면서 "전에는 어떻게 하면 성장률을 올릴까(라는 얘기를) 해서 제로금리로 가고 경제회복이 미약하다고 해서 열심히 했지만, 한계에 부딪쳤다는 분위기가 풍기는 회의였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썼던 방법들을 소개했다. 주로 감세, 정부 지출 확대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먼저 사용했지만, 재정이 취약했던 국가들의 과도한 지출이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제로금리 등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 등의 방법도 사용했지만 부작용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내 경제에 대해 이 총재는 수출 부진과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미약해 저출산·인구 고령화, 제조업 성장동력 약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가계 부채 증가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문제는 구조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만큼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주장이다. 

그는 "구조개혁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추진 주체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고 정책 결정이 따르기 때문에 어렵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중앙은행 총재들과 대화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를 위한 재정여건도 충분하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가 소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 추정치는 241.1%로 11개국 중 노르웨이(246.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재정 여력은 지속가능한 국가채무 최대치와 현 국가채무 수준과의 차이를 뜻한다. 미국(165.1%), 영국(132.6%), 프랑스(116.9%) 등보다 높은 셈이다.

그는 "(경제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과정에서도 한국이 흔들리지 않고 대외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재정건전성"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보니 재정에 가장 문제가 없는 나라로 노르웨이, 호주, 한국 3곳을 거론했다, 한국은 재정이 건전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지수요도 증대될 것이고, 연금제도의 성숙기를 감안하면 재정건정성 유지는 대단히 중요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역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촉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경제재정연구포럼 조찬간담회에서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연합뉴스]


◆ 이주열 "한은, 과감한 통화정책 어려워"…의원들 "좀더 적극적인 발언 해 달라" 

한은의 역할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그는 항변했다.

이 총재는 "왜 한은은 과감하게 통화정책을 못하느냐고들 한다"면서 "제로금리까지 갈 수 없는 한계가 있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려면 통화정책의 여력이 필요한 데다 국제금융시장이 급변할 때는 외국 자본의 유출입도 대단히 신경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디고 느리게 보일지는 몰라도 저희들은 성장도 보고 금융안정도 봐야 되겠고, 구조개혁을 할 때 어떻게 통화정책이 뒷받침 되는지를 다 봐야 되기 때문에 재고, 재고, 또 생각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인구고령화, 저성장 장기화로 인한 투자 감소로 자본과 투자에 의한 투입은 이제 한계에 있다"면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생산성 제고인데, 각종 인식 및 제도적 인프라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다보니 구조개혁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국내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질문도 경쟁적으로 제기됐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출 부진은 기업들이 품질·가격 경쟁으로 극복하는 것이 제한적이고, 미국은 대선이 끝나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어 내수 쪽에서 활력을 찾는 길밖에 없다"면서 "소비여력을 확충시켜 진작시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고, 이게 세계적으로 얘기하는 '포용적 성장'인데 앞으로 그것을 많이 강조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분위기에서 국민들이 구조조정의 짐을 같이 지려고 할 것인가가 큰 포인트"라며, "이것이 조선, 해운업의 재무구조개선이지 우리 경제, 산업의 구조조정인가 하는 데 대한 의문에 대해 한은 총재라면 발언을 하셔야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너무 '언더스테이트(understate·절제 발언) 하시면 우리 경제의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적극적 발언을 해 달라"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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