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서울 용산구에서 제주도 내 매입을 추진 중인 휴양시설이 압류, 경매, 신탁 등 여러 차례 '손바뀜'을 거치면서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본보 11·14일자 23면)가 사실로 드러났다.
준공된 지 7년을 보내는 동안 전면적 개보수를 거치지 않아 일부 공간에서 물이 새고, 내외부 곳곳은 칙칙하게 색이 바랬다. 용산구가 해당 토지와 건물을 사들이는데 들어가는 혈세(약 87억원)의 5분 1 수준인 17억여 원을 더해 대대적 리모델링에 나서려는 불가피한 사정이다.
28일 아주경제가 단독입수한 '용산 제주휴양소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 최종 보고서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이 조사를 맡아 110여 페이지 분량으로 최근 용산구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휴양소 대상지는 2008년 5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후로 낡거나 부서진 곳이 고쳐지지 않았다. 외벽에는 변색이 일어났고 지하 1층 일부분은 누수가 있었다. 연구원 측은 침대를 포함한 가구, 벽지, 집기 등 전체적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습기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변색이 이뤄진 곳에 반드시 방수처리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장 건물의 외부 전광판은 크게 효용성이 없고 전기요금, 유지보수 등 관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제거할 것을 전했다. 아울러 주차면은 좁아 한꺼번에 몰리는 차량을 소화하기 역부족했다.
앞서 은행이나 타 기관에 지속적으로 담보가 잡혀 리조트의 상태와 운영마저 부실할 수 있다는 의혹이 실제 검증된 셈이다. 다시 말해 '전형적 담보물건'으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고서에 구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들이 발견된다. 설문은 올해 5월 20~27일 8일간(주말 포함) 할당표본추출(quota sampling) 방식으로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 통계는 미리 정해진 분류기준에 의해 전체를 여러 소집단으로 나누고 각 집단별로 샘플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설문지는 정해진 기간 동사무소에서 통장이나 직능단체 등 특정모임의 800명(656부 회수)에게 뿌려진 것으로 취재 도중 확인됐다. 다시 말해 24만여 명의 구민을 무작위로 골라 의견수렴에 나선 게 아니라 관(官)과 전적으로 이견이 없는 이들에게 전달, 설계 자체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휴양소 건립 선호지역'을 묻는 사항에서도 제주도(30.9%)가 수도권(29.8%) 및 강원권(29.5%)과 비교해 그리 앞서지 못했다. 즉, 구민들은 수도권이나 강원권보다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제주도에 일부 거부감을 보인 셈이다.
특히 설문조사는 지난 5월 18일 서귀포시 하원동 1697 일원 '제주휴양소'에 대한 구 공유재산심의회 심의를 끝내고 이뤄졌다. 자치구 내부에서 재산취득 절차를 모두 마치고 정작 시설의 수요자인 구민 의견을 형식적으로 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용산구 관계자는 "타당성 용역 과정에 구청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구민 설문조사는 추진상 필요성을 느껴 뒤늦게 반영했고 법적인 필수사안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휴양소는 전체적 상태가 양호하다고 파악했다. 매입관련 계약체결 등 나머지 일정을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