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형태의 무역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꺼낸 상태다. 어떤 후보가 집권하든 그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 경제) 보호무역 강조...한미 FTA 재협상하나
두 후보는 모두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정이나 안보 면에서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정권의 '제한적 개입주의'와는 다른 '고립주의' 형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시 기존 글로벌 무역질서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1997년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면서 "앞으로 중산층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우리의 제조업을 파괴할 것"이라며 "미국을 우선으로 하는 더 잘 협상한 무역 협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재협상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상(FTA)도 재협상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도 보호무역 기조를 바탕으로 과거의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수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해왔다"며 "대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킨 반면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기준 등을 보호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규제 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며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어떤 무역협정도 미국 노동자의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이런 것들이 모든 무역협정에 반드시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 민주당의 기준"이라고만 표현했다. 이는 TPP에 대한 당내 찬반 의견과 우려를 상세히 명기했던 초안과는 달라진 내용이다.
◆ 북한) 중국 역할론 부상...대북제재 수위 높이나
클린턴 후보의 한반도 정책은 오바마 정권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 동맹을 보호하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도록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이 불법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래을 포기하도록 선택의 폭을 좁혀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제재 국면도 그대로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란 핵협상의 선례를 따라 강력한 제재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과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도 나왔다. 클린턴이 집권하게 되면 미중정상회담에서의 주요 의제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강을 통해 북한에 대해 "'가학적 독재자'(sadistic dictator)가 통치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 정권'(the most repressive regime)"이라면서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남용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 부분은 정강 초안에는 없었다. 클린턴 정부가 들어설 경우 북핵뿐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반면 트럼프는 북한 문제는 중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뒤로 물러서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무역보복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공화당은 북한을 '김씨 일가의 노예국가'(Kim family's slave state)라고 공식 규정한 상태다.
다만 트럼프의 대북 태도는 일관적이지 않아 자세한 전략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경선 과정에서는 중국을 통해 김정은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가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실제로 트럼프 캠프 내에 아시아정책자문 부족한 것은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안보) 한미동맹에 주목...주한미군 철수되나
두 후보의 전략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한미동맹이다.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비롯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맹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클린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호주와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한국, 태국과의 동맹을 더욱 심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인도와의 장기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이어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보호를 위해 역내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그동안 '안보무임승차론'을 들고 나왔던 만큼 동맹 관계의 기존 틀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이 고수해왔던 외교 정책의 핵심이 뒤집어진다.
트럼프는 인터뷰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면 미군 철수도 검토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100%까지 늘리겠다는 발언도 서슴없이 내비쳤다. 전당대회에서 발표한 정강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이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한·일 핵무장 용인 검토, 미군 철수 등과 같은 극단적인 공약이 빠져 있지만 트럼프가 집권하게 되면 반영될 가능성인 높다.
당의 비전과 가치를 담고 있는 대선 정강은 대통령 집권 후의 정책 추진 방향의 뼈대가 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구속력이 없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차기 미국 대통령의 입김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9월 26일부터 예정돼 있는 후보 토론회 일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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