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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역에선 말뚝귀, 그 밖의 영역에선 팔랑귀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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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7-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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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랑스런 삼성인상’ 3번 수상 ‘냉장고’ 전문가 서국정 삼성전자 마스터

삼성전자 재직 25년 동안 냉장고의 ‘신선도 보존’이란 한 가지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랑스런 삼성인상’(그룹기술상 포함)을 3번이나 수상한 서국정 삼성전자 마스터가 자식과도 같은 냉장고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내안의 영역에서는 엄격하게 책임지는 말뚝귀, 내 밖의 영역에서는 유연하게 도전하는 팔랑귀가 되자.”

삼성전자 재직 25년 동안 냉장고의 ‘신선도 보존’이란 한 가지 과제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랑스런 삼성인상’(그룹기술상 포함)을 3번이나 수상한 서국정 삼성전자 마스터의 좌우명이다.

고3 시절, 육군사관학교를 가려다 형의 추천으로 공대에 입학해 기계공학을 전공한 서 마스터는 냉동 분야 연구로 석사 학위를 은 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 2011년 12월 마스터로 선임됐다. ‘마스터(Master)’ 제도는 기술 전문성이 검증된 연구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삼성이 지난 2009년 마련했다. 마스터로 선임된 연구진들은 전사 주요 기술이슈에 대해 의사결정 및 자문역할을 수행하는 임원급 전문가로 대우받으며 조직관리에 대한 부담없이 연구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다.

서 마스터는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칼럼에서 “냉장고에 빠진 건 대학 시절이었다. 졸업할 무렵 ‘냉동공학’ 수업에서 냉매 활용법을 배운 게 화근(?)이었다”고 냉장고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입사후 처음 배정된 조직은 ‘독립만세’ 냉장고 연구팀이었다. 독립만세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1995년 3·1절을 맞아 출시한 제품으로, 세계 최초로 냉장실과 냉동실에 별도 냉각기를 설치한 게 특징이었다. 여러 선배들과 함께 1주일에 두 세 번씩 사무실에서 밤을 지세우며 연구에 집중해 독립만세 냉장고를 성공리에 출시했다. 이를 통해 그는 1995년 ‘자랑스런 삼성인상’의 전신인 삼성그룹기술상(동상)을 수상했다.

2002년 박사 학위를 따고 회사로 복귀한 직후엔 ‘지펠 콰트로’ 냉장고를 만들었다. 2005년 출시된 지펠 콰트로 냉장고는 기기 한 대당 냉각기 수를 4개까지 늘리면서 에너지 효율은 높였다. 이를 계기로 그는 2006년 두 번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았다. 이 제품은 그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당시 국내 생활가전 제품 중 최초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2014년 1월엔 대용량(1000L) 냉장고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서 마스터는 “당시 제게 주어진 과제는 ‘기존 냉장고 외관은 그대로 둔 채 내부 공간만 확장하는 것’이었다”면서 “냉장고 두께가 얇아지면 에너지 효율은 나빠지게 마련인데. 상충되는 두 가지 요구사항의 중간 지점을 찾아낸 공로로 그해 세 번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냉장고처럼 살고 싶다’는 서 마스터는 성공의 비결로 엔지니어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과거의 자신’을 떨쳐낸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엔지니어가 항상 맘속에 간직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면서 요즘도 학계에서 발표되는 각종 학술지를 찾아보며 자신이 진행했던 실험 결과를 반추하곤 한다.

서 마스터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망설임 없이 ‘한 번 해보자’고 말하는 동료가 있으면 무척 의지가 된다는 걸 오랜 경험으로 체득했다”는 서 마스터는 “연차 낮은 후배가 낸 의견이라고, 옆 팀 사람이 낸 아이디어란 이유로 팔짱 끼고 의심부터 한다면 제가 개발한 냉장고는 단 한 대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른다’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지는 요즘 세상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법이다”면서 “그럴 땐 남의 얘길 경청하는 게 가장 좋다. ‘내 안의 영역에선 엄격하게 책임지는 말뚝귀, 내 밖의 영역에선 유연하게 도전하는 팔랑귀’라는 제 좌우명은 협업과 소통을 중시하는 제 연구 스타일을 요약한 문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한 말이지만 귀를 가장 크게 열어야 할 대상은 소비자다. 소비자의 불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수용하려 노력하는 게 맞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사장(死藏)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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