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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이정주 기자]
총선 이후 숨 가쁘게 달려온 조선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서 촉발된 이번 구조조정 사태의 수습 과정을 들여다보면 솔로몬 왕이 말했다는 서두의 글귀만 떠오를 뿐이다.
대우조선이라는 국가 기간 산업을 다루는 회사에서 조 단위의 분식회계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발생할 수 없다고 줄곧 지적해 왔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보다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이 해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바로 규제개혁위원회다.
정부 입법안의 경우 모법과 하위법, 의원발의안도 모법을 제외한 시행령 이하 법령에 대해 선출직도 아닌 규개위의 임명직 위원들이 법안을 주무르고 있다.
이번 회계법인 대표 제재안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제재의 범위와 대상이 축소된 수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당초 규개위에서는 철회를 권고했다. 대표이사에게 모든 부실감사 감독 소홀 책임을 묻는 것은 자기책임 원칙에 반하고 과잉규제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규개위에 묻고 싶다. 회계법인 부실감사로 인해 몇 천억원 수준에서 해결될 문제가 수 조원의 혈세 투입으로 귀결된 상황에서, 향후 부실감사를 방지할 규개위의 대안은 무엇인지 말이다. 다시 말해 회계법인 대표에게 엄격한 ‘자기책임의 원칙’을 묻지 않고도 부실감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듣고 싶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대 국회에서는 부실감사 방지안을 포함해 규개위의 권한와 책임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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