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특사 남용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 기업 총수의 특별 사면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총수가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일궈낼 수 있도록 정부가 이번에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최근 구속수감 등의 이유로 그룹 총수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각 기업들에게 사면 요청 서류를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제출한 서류에는 총수가 잘못을 깊이 뉘우쳤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진행한 노력의 과정, 그리고 총수의 장기 부재로 인해 겪고 있는 경영활동의 애로사항, 사면이 된다면 앞으로 한국경제를 위해 어떻게 기여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등도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다.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준비해 지난 1일 관련서류를 전경련에 제출했다. 잘못했던 점을 바로잡기 위한 총수와 기업의 노력 및 결과 등을 서술했다"며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지속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정부가 특단의 결정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이 각 기업들로부터 접수받은 서류들은 대한상의가 취합, 검토한 뒤 경제계를 대표해 정부에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매년 광복절에 즈음해 정부가 특사를 단행할 것임을 예고하면 경제단체들이 회원사들로부터 요청을 받아 대한상의가 이를 종합해 청원서를 제출했다. 올해도 같은 과정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취합되는 즉시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재계는 기업인 특사의 필요성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기업인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너 중심 경영이 주를 이루는 한국 재계는 총수의 결단에 의해 미래를 내다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따라서 이들의 복귀 만으로도 주춤했던 기업이 단기간 내 정상화 돼 뛸 수 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나온 뒤 그룹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한편 24조원 규모의 중장기 반도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구속된 기업인들이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기업을 키워 국가경제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가능한 많은 기업인들이 경제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단행한 두 번의 특사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한 기업인은 최 회장이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에는 ‘희망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밝히자 재계에서는 기업인 특사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8월 들어 기대는 우려로 바뀌는 분위기다. 정부가 사면·복권대상 기업인의 폭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총수들의 사생활을 둘러싼 스캔들에 따른 여론 악화 등 싸늘한 국민적 정서도 정부의 재계 인사 사면·복권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풀려난 김승연 회장과 최근 가석방된 최재원 부회장 등만 복권 대상자로 거론될 뿐, 다른 기업인들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재계는 8·15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을 대거 포함시켜 달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최근 ‘전경련 CEO 평창포럼’에서 “(구속돼 있던 기업인들이) 많이들 반성하고 (감옥에서) 오래 살고 했다"며 "누가 봐도 이 사람은 나가도 되겠다 하는 사람은 사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지난달 21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불황의 골이 깊어지는 지금, 경영에 복귀하는 기업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제가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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