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민주·공화당이 한 목소리로 보호무역을 외치는 것은 ‘일자리’가 핵심이다. 수많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경제협력으로 미국인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인 셈이다.
여기에 G2로 올라선 중국까지 경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미국도 경제가 생각처럼 잘 돌아가지 않자 ‘쇄국무역’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이 일자리나 중국을 타겟으로 보호무역을 추진하더라도 그 피해는 우리나라가 입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내년부터 두터운 관세장벽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자유무역 진영의 새로운 흐름 ‘다자간 협상’
한국을 둘러싼 보호무역주의가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은 ‘다자간 경제협정’이다. 그동안 더디게 추진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신보호무역주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TPP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도 FTA 기조에서 벗어나 각종 개정을 통해 탄탄한 자유무역주의 기반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과 유럽연합 정상들은 지난달 브렉시트 대응차원에서 한·EU FTA를 개정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TPP를 활용한 무역보호주의 대응 방안도 민간경제연구소와 경제단체에 공개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4단체는 서울에서 ‘TPP 기업설명회’를 열고 TPP 참여가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차단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TPP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밸류체인 활용을 통한 수출기회 확보, 글로벌 통상규범 도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불확실성 커진 세계경제…극단적 선택 없을 것”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을 추진하더라도 극단적인 쇄국무역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화 속도 조절은 일정부분 불가피하겠지만, 세계화 흐름 자체를 되돌리는 상황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화 후퇴는 후발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린다고 해서 미국이나 영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관련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는 점은 정책 당국자들도 알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보호무역 천명으로 TPP 발효가 순탄하지 않겠지만, 비준에 성공하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향후 세계경제, 정치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업 스스로도 관련 기업 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정보 수집과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수출 기업의 약 70%는 보호무역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특히 기술규제나 지적재산권을 통한 분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적 동향에 대해 미리 체크하고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도 TPP에 대한 각국의 현황을 파악에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경제 영향 분석에도 착수하며 TPP 참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대규 산업통상자원부 TPP대책단장은 “지난 2월 서명된 TPP는 2년 내 모든 회원국이 국내 법적절차를 완료하면 발효된다”며 “정부는 현재 각국 TPP 비준동향을 파악하면서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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