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백현철 기자 =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인연을 쌓게 된 것은 올 초 출범한 변호사 공인중개 ‘트러스트부동산’ 때문이다. 중개사협회는 업역을 침해하는 트러스트의 영업 활동에 강하게 반발했고, 협회의 반응 빛 반대 논리를 듣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촉했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당선된 황기현 중개사협회장이 4월 취임식을 가지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탄력을 받은 협회는 트러스트에 대해 강한 어조를 내세우며 소송전을 이어갔다.
오랫동안 취재를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황기현 중개사협회장이 공식적인 보도 자료 외에는 일체 언론 등에 대한 대외적인 접촉 없이 법적인 대응만 했다는 점이다.
협회의 적극적인 법정 공세에 공승배 트러스트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지난달 19일 황기현 회장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모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심 그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였기에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됐다.
드디어 입을 연 그에게 새로운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히려 기자가 던진 “기존 중개업이 잃은 신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출범한 것이라 생각하는데”라는 질문에 그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채 얼버무릴 뿐이었다.
잠잠해진 협회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된 지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바탕 소동에 휩싸였다. 지회장 선거 출마 자격을 기존 ‘정회원 6개월 이상’에서 ‘정회원 12개월 이상, 직책 역임자’로 강화한 것이다.
법원은 협회의 결정에 무효 판단을,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행정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행보에 제동을 걸었지만 협회는 예정대로 선거를 치러냈다.
새 회장 출범과 함께 대내외적으로 소동을 겪은 협회는 외부와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내기는커녕 자신들의 강경한 태세를 유지했다.
일련의 취재 과정을 통해 내부의 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중개사협회에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사태를 해결해 갈등을 완화하기 보다 갈등을 조장해 신뢰를 잃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개사협회가 외딴섬처럼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닐 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