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는 3일 오전 9시 긴급 교무회의를 열고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대는 선정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을 백지화했다.
이대는 “이번 결정을 통해 학생들이 바로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학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학교의 주요 정책 결정 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이 의견 수렴 없이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평의회 개최를 막기 위해 지난 28일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해왔다.
이대의 이번 결정은 최경희 총장이 지난 1일 회견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낸 뒤 2일 학생들이 완전 철회를 하지 않을 경우 농성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하루만에 이뤄졌다.
최 총장은 회견에서 이미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이 이사회 승인까지 나 되돌리기 불가능하며 철회하게 되면 합법 절차를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 사업 철회가 불가능해 의견 수렴을 통한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틀만에 완전히 물러섰다.
이번 사태는 의견 수렴이 부족한 가운데 학교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최 총장은 회견에서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기도 했었다.
학교측도 단과대 설립 과정에서 대학평의회, 법인이사회 등 절차를 따랐으며 총학생회장이 대학평의원회 위원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다수결에 따라 통과가 된 가운데 제한된 시간으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할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수일간 본관을 점거할 정도로 반발이 컸던 가운데 이같은 학교측의 입장이 철회 결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로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 사업 자체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 자율로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정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사업비를 따기 위해 학교가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면서 조율 과정 없는 일방적인 독주라는 부작용이 사태를 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서 학생들은 미래라이프사업이 기존의 평생대학원과 취지가 다르지 않아 충돌이 일어나는 가운데 학교 본부의 학위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점거 학생들의 이같은 주장이 ‘이대 순혈주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해 후진학을 할 수 있는 요건인 3년 재직 기간이 지나 2017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첫 사례가 등장할 시기에 이들을 수용하고 후진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의 사업에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이대생들의 본관 점거는 지난 30일 경찰이 진입해 감금돼 있던 교직원들을 구출하면서 파문이 커졌다.
교직원을 감금한 것은 학생들의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다.
학교는 감금된 평의회 구성원이 본관 밖으로 나오려 할 때마다 스크럼을 짠 학생들에게 제지를 받는 등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제한받았으며 화장실과 식사만 제공된 가운데 인격 모욕적인 언행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의견을 묵살하는 학교에 촉구하기 위해 평의원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대화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분과 방식의 옳고 그름과는 별도로 이번 본관 점거 농성이 즉흥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뤄진 점도 주목을 받았다.
농성에는 학생대표 기구가 참여하고는 있으나 이를 주도하는 것은 총학이 아닌 자발적인 재학생과 졸업생들이었다.
학생들은 참여가 늘고 규모가 커지면서 담당팀을 구성하고, 각 팀도 고정된 집단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시간에만 합류했다가 빠져나가는 등의 방식으로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가운데 오전에는 재학생들이, 오후에는 졸업생들이 퇴근하고 참여하는 식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대표도 따로 없는 가운데 모든 사안을 참여자들이 거수를 통해 다수결로 사안에 대한 결정을 하기도 했다.
기존의 운동권이 일사불란하게 주도하던 방식과는 다른 이같은 SNS 등과 결합한 자발적인 시위 문화가 앞으로 대학 사회에서 주류로 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정부 주도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충분한 학내 의견 수렴을 통해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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