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폭염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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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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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얼마 전 아일랜드 기상청이 폭염 주의보를 내렸다. 한낮 기온이 섭씨 27도 안팎까지 상승할 예정이니 야외 활동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예보였다. 북반구에 속하는 아일랜드는 연중 평균 기온이 15도에 불과하다. 사시사철 서늘한 날씨 탓에 냉방 시설을 제대로 갖춘 가정이 드물 정도다. 그런 나라에서 매년 하루 이틀은 온도가 30도에 육박한다니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한국도 가마솥 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기록 경쟁이라도 하듯 연일 최고 온도가 갈린다. 쿠웨이트에서는 기온이 59도까지 오르면서 신호등이 녹아내렸다. 폭염의 범인은 엘니뇨다. 엘니뇨는 바람의 이동에 따라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도 엘니뇨를 부추긴다. 지구 표면이 뜨거워지면 수온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엘니뇨와 지구온난화가 상호 영향을 주면서 앞으로 기온이 차츰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기상학회(AMS)가 공개한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수 온도가 전년 대비 0.1도 상승하면서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당시보다 1도 높았단다. 화석연료 활용률이 높았던 산업혁명보다 기온이 높아진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채택한 기후변화협정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20년 전에 채택한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만 했다면 파리 협정은 전 세계 196개국이 책임을 분담하기로 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아래로 낮추자는 게 기본 골자다. 175개국이 지난 4월 서명을 끝냈고 각국 국내 절차에 들어갔다. 선진국과 신흥국가 간 입장차가 여전하긴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폭염 등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되면 난방유 수요가 줄면서 장기적으로는 추가 유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온다. 엘니뇨 이후 라니냐(저수온 현상)가 번갈아 나타나면 홍수나 가뭄 등 또 다른 이상 기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무더위 자체로도 두렵지만 이후에 연쇄적으로 나타날 일들이 더 공포다. 그야말로 전쟁같은 폭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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