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대기만성(大器慢成)
유한한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북돋는 주체를 ‘양생주(養生主)’라 하였습니다.
내 생명을 잘 살리는 주체는 ‘나’이고, 대상은 나의 마음이며, 방법은 정념(正念 sati)입니다. 정념은 오로지 수행을 통하여 천천히 이뤄지는 대기만성입니다.
그런데, 《노자》 책의 고원본인 초간본에는 ‘大器慢成’으로 나옵니다. 慢은 중국인이 일상에서 즐겨 쓰는 만만디(慢慢地)로 '천천히'라는 뜻이고, 晩은 단순히 '늦게'라는 뜻입니다. 풀이하자면 大器慢成은 '큰 그릇(인물)은 천천히 이뤄진다'는 고상한 표현입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한자와는 전혀 다른 뜻이니 수정할 것을 검토하는 것도 권할만 합니다.
내가 내 생명의 주인이 되어, 천천히 마음을 닦는 양심(養心)이 곧 양생(養生)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장자는 양생의 과정을 3단계로 나눠 설명합니다.
첫 단계는 보신(保身)입니다.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 중기는 부덕한 군주가 오로지 자신의 명예와 이익만을 위해 전쟁을 일삼던 암흑시대였습니다. 이러한 험난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생존입니다. 구설수에 오르면 살아남지 못하니까, 유식한 체하며 자신과 무관한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들녘의 꿩처럼 자유롭게 살라고 합니다.
인생은 짧은데, 남을 속이고 이익을 취하는데 쓰이는 세속적 지식을 얻으려고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득도입니다.
자기가 자기 생명의 주인이 되어 자유의 경지에서 노닐어야 삶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닭장에 사는 닭들은 울타리[울] 안에서 먹고 마시고 알 낳고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울이 설치되어있어 사나운 짐승이 들어오지 못하니 불안하지도 않습니다. 주인이 먹여주고 보호해주는데 길들어져 자율성을 잊어버렸으며, 울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도 없습니다.
왜 주인이 보살펴 주겠습니까? “공짜 치즈는 쥐덫 안에만 있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알을 얻고 닭고기도 얻고 필요하면 팔아서 돈도 챙기려는 속셈이 있기 때문에, 주인이 보살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들녘에 사는 꿩은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다녀야하고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무척 힘들고 불안하게 삽니다. 눈 덮인 겨울철에는 아예 굶고 지내지만 소중한 ‘자유’를 누립니다.
만일 독자에게 “닭과 꿩의 삶”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습니까? 장자는 꿩처럼 자유롭게 살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렇게 덧붙여 말합니다.
첫째, 선한 일을 하더라도, 명성에 매달리지 말라-위선무근명(爲善无近名)
둘째, 부득이 악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라도, 벌을 받을 정도로는 하지 말라-위악무근형(爲惡无近刑)
장자가 강조한 이 말로 미뤄보면, 옛날에도 음흉한 술책으로 ‘정치공작’을 벌이는 사람들의 말로는 불운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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