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아마추어 골퍼 성은정(17·서울 영파여고2)이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한 대회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성은정은 8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필드의 롤링 그린GC(파71)에서 열린 2016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결승전(36홀 매치플레이)에서 버지니아 엘레나 카르타(20·이탈리아)를 마지막 홀까지 가는 접전끝에 한 홀 차로 제압하고 우승컵을 안았다.
성은정은 2013년 국가대표를 지낸 후 더 많은 골프대회를 경험하고자 ‘태극 마크’를 반납하고 주로 USGA가 주최한 대회에 출전해왔다.
2014년에는 US여자아마추어퍼블릭링크스대회에서 2위를 했고, 그 한 달 후에는 US여자아마추골프선수권대회에서 8강에 오르기도 했다. USGA가 주최한 대회의 첫 우승은 지난해 US여자주니어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달성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75cm의 키인 성은정은 260야드 안팎에 달하는 드라이버샷을 앞세워 프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15년 KLPGA투어 KDB 대우증권 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 ‘프로 언니’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또 지난 6월말에는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3타차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한 바람에 연장전에 끌려가 2위를 했다.
이번 대회전까지 여자아마추어골프 세계랭킹 22위였던 성은정은 단번에 아마추어 세계 톱랭커로 발돋움했다. 그는 USGA가 주최한 매치플레이에서 총 25승4패의 전적을 기록하게 됐다.
한국선수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8년 박지은 이후 처음이다. 성은정은 이 우승으로 내년 US여자오픈을 포함해 미LPGA투어 4대 메이저대회 초청장을 받게 됐다.
성은정은 이날 초반엔 카르타와 접전을 벌였다. 카르타는 2016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골프 종목에서 우승한 강자다. 그의 여자아마추어 세계랭킹은 19위로 성은정보다 3계단 높았다.
오전 18홀 매치에서 카르타가 4번홀 버디로 앞서나갔다. 성은정은 8번홀 버디로 응수했고, 결국 오전 매치는 엎치락뒤치락 끝에 무승부(AS)로 끝났다.
오후에 벌어진 매치에서는 성은정이 앞서나갔다. 성은정은 19번홀 버디로 기선을 제압했다. 시소게임을 벌이던 두 선수의 갈림길은 25번홀이었다. 성은정이 버디를 잡은 반면 카르타는 보기를 하면서 성은정이 한 홀차 리드를 잡았다. 29번홀에서도 성은정이 버디를 기록하며 간격을 두 홀차로 벌렸다. 성은정은 3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카르타에게 한 홀차 접근을 허용했으나 32번홀을 따내면서 다시 두 홀차로 앞서나갔다.
카르타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3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성은정을 다시 1홀차로 압박했다. 결국 경기는 마지막 36번홀(파4)에서 극적으로 끝났다. 성은정이 약 12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하면서 역시 버디를 잡은 카르타를 따돌리고 한 홀차 박빙 승부를 마무리했다.
성은정은 이번 대회 64강을 가리기 위한 36홀 스트로크플레이에서 합계 2언더파 140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64강 매치에서 14번 시드를 받은 성은정은 여섯 번의 매치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USGA 챔피언십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성은정은 특히 16강전에서 국가대표 최혜진(학산여고2)을 6&5(다섯 홀 남기고 여섯 홀 차 승)로 일방적으로 이긴데 이어, 8강전에서는 올해 US여자주니어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재미교포 안드리아 리를 1홀차로 힘겹게 제치고 4강에 올랐다. 전날 열린 4강전에서 성은정은 마틸다 가펠리에즈(프랑스)를 2&1로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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