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자율주행차 머잖아 상용화…변해가는 환경, 안전하게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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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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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채훈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사진설명=임채훈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이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교통안전가로서 일하는 사명감과 포부에 대해 밝히고 있다. 그는 교통안전정책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며 "변해가는 환경에 맞게 관련 정책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세상에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3가지 직업이 있습니다. 판사와 의사, 그리고 교통안전가. 판사, 의사와 달리 교통안전가는 자신이 누굴 죽이고 살리는 지 모릅니다. 도로 상황을 1%만 다르게 설계해도 다수에게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사명감과 책임감이 막중한 직업입니다.“

임채훈(50·사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보행량과 차량 교통량이 모두 많아 대형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구조”라며 “도로환경, 차량기술, 보행자들의 행태 등 환경이 매우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이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민간 교통연구기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20년째 교통사고 후진국

휴가철마다 교통량이 많아지면 끔찍한 교통사고 소식도 끊이질 않는다. 임 소장을 만난 날은 일가족이 휴가를 떠나다 졸음운전을 하는 트럭 운전자를 피하지 못해 10개월의 자녀만 두고 모두 사망한 사건이 있던 날이었다.

그는 매년 반복되는 교통사고로 아까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임 소장은 “우리가 OECD에 가입한지 2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자동차 교통안전분야에서는 최하위권 국가"라며 “사람이 국력인 나라에서 교통사고처럼 허망하게 인재를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게 교통안전가들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OECD에 가입된 34개 국가 가운데 교통사고사망률 1위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도 2.2명으로, OECD 평균치인 1.1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보행자·노약자·어린이 사고 다발생 국가라는 불명예도 수년째다.

그는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고령자를 위한 교통안전대책 마련만 하더라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연령대별 인지검사와 시야각도, 순간적인 반응의 속도 등 신체능력에 대한 추적은 물론이고 사고시점, 사고지역, 사고시간대 등에 대한 분석도 정밀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수행할 연구기관이 국내에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30명의 연구원이 각각 1인 주식회사

교통안전연구소에는 심리학, 교육학, 자동차공학, 기계공학, 범죄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갖춘 인력들이 모여있다. 교통사고란 자동차와 사람, 주변 환경, 심리 등이 매우 복잡하게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대책 마련이 가능하다는 현장의 교훈을 체득한 덕분이다. 

이들은 교통 환경 및 자동차 기술에 대한 정서적·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교통사고 위험요인을 진단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한다. 30명의 연구원들은 전국 사고빈발 지역을 돌며 도로상황을 점검한 뒤 주 1회 집단지식공유를 통해 연구 의제를 설정한다. 1년에 이들이 내는 연구보고서만 30건에 달한다.

임 소장은 “삼성화재 소속이라고 연구결과를 활용해 보험과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거라는 오해가 많다"며 “연구주제는 100% 연구진들의 자발적인 토론으로 결정되며, 결과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공개되기 때문에 100% 공익적 성격의 연구소”라고 말했다.

그는 “도로의 넓이, 경사도, 표지판의 위치 등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교통사고 다발 지역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있다"며 "한 번 연구과제로 설정됐을때 제대로 못 고치면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소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0명의 연구진들이 모두 1인 주식회사라는 마인드로 실사, R&D, 대책마련, 공청회, 정부제언 등 전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가장 의미가 있었던 연구과제를 꼽는 질문에 ‘운전 중 DMB시청의 위험성 분석’에 관한 연구라고 답했다. 그는 “이 사례는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인한 운전 및 보행 환경 변화에 우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며 “운전 중 DMB 조작 및 시청으로 얼마나 교통사고 위험도가 높아지는 지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관련 법안과 기술적 규제방안을 제시하는 데 실제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보험 인기상품으로 떠오른 UBI(운전습관연계)보험도 삼성교통문화안전 연구소가 2010년 처음 제안했다. UBI보험은 운전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율을 분석한 뒤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깎아주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보험료를 가중하는 상품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돼있다.

그는 "당시 블랙박스를 활용해 차량운행 정보, 충격정도를 파악하는 초기 형태의 UBI보험을 제안했다"며 "오작동이 많아 중단됐었는데 최근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정밀해지고 있어 재진입 시점을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는 대학교 학점이 좋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직업, 거주지역 등에 따른 보험료 할증 체계도 마련돼있다"며 "교통안전연계형 보험은 사고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정책적 제안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운전 중 DMB사용 금지, 음주운전 처벌 강화, 난폭·보복운전 규제, 50cc미만 이륜차 사용신고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운전면허 이론 및 기능시험 강화, 고령화 운전자 안전교육 등 다양한 안전 정책의 법제화를 이뤄냈다.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도로환경이 지역별 특징, 주변 상권, 부동산 시세 등에 민감하다보니 맘 놓고 제언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교통사고 유발률은 횡단보도나 신호등 간격 몇 cm로도 크게 달라진다”며 “그런데 이런 것들이 주변 환경, 땅값 등에 영향을 주다보니 허가나 설계를 최선으로 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교통환경 급격한 변화..."교통사고 제로에 도전"

그가 최근 가장 집중하는 문제는 정도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최첨단 자동차와 이와 관련한 교통환경 변화다.

그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자율주행차, 전기자전거, 세그웨이(Segway) 등 1인용 이동기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도로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며 “예전처럼 도로라는 공적 공간에서 자동차를 운전자가 이용하는 전통적인 관념만으로는 환경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최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대비한 다양한 교통상황을 연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비한 법적, 제도적 조언을 위해 1인용 이동기기에 운행기준과 사고 인과성 조사를 위한 EDR(사고기록장치)분석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응급구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구체적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

임 소장은 어린아이와 고령자의 교통사고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는 “교통사회에서 가장 약자인 어린이와 고령자, 장애인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도로환경을 만든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도 안전하다”며 "이에 대한 고민은 현 세대 뿐 아니라 후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기 때문에 교통안전이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로 설정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웨덴의 '비전 제로' 정책을 연구소의 메가 트렌드로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전 제로란 스웨덴의 교통안전정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0명으로 만들자'는 뜻인데 최근 부채 0, 쓰레기 0, 교통사고 0 등의 개념으로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 소장은 "연구소 직원들에게 삼성화재의 문화를 설계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앞으로 경험하지 못한 자동차,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를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미국(보험제도), 일본(고령화속도), 유럽(교통환경) 등 다양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안전한 도로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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