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방중(訪中)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중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적대적 구도를 형성한 데 이어 국내 정치권도 보혁 갈등을 넘어 애국 논쟁 등 극심한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갈등의 임계점’을 넘어선 셈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김영호 더민주 의원을 비롯한 6명의 현역 의원은 8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으로 떠났다.
◆ 訪中 의원 “무겁고 사명감 생겼다” 출국 강행
더민주 초선 의원의 중국행을 둘러싼 갈등에는 한·중의 외치 갈등은 물론 정부·여당과 범야권, 야권 내부 갈등 등의 내치 갈등이 혼재돼 있다.
기본 프레임은 ‘매국 vs 애국’ 프레임이다. 더민주 초선 의원의 방중을 ‘국익 손상행위’로 규정한 정부여당은 이날에도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과 역사가 엄정히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고,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비대위원은 “중국 입장만 듣고 온다면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국회의원의 외교행위를 정면 비판했다. 이 같은 전략에는 ‘대외적 강경 태도’를 통해 국내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여론을 약화하려는 계산이 깔렸다. 현 정부 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곱 번이나 정상회담을 하는 등 ‘전면적 협력관계’로 부상했지만, 이보다 ‘안보 주권론’의 사드 배치를 선(先) 과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의 제3 후보지 거론 등 수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 국면에서 더민주 초선 의원의 방중을 ‘사대주의 외교’로 낙인찍을 경우 대국민 여론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더민주는 정부여당 행태에 대해 “자신들 의견에 찬성하면 ‘애국·국익’이고, 반대하면 ‘매국·사대’라는 안하무인 식 선정정치”라고 비판했다. 방중단 대표 격인 김영호 의원은 “청와대 입장 표명 이후 마음이 무겁고 사명감도 많이 생겼다”고 밝혔다.
◆ ‘매국 vs 애국’ 프레임, 모두 패자인 게임
문제는 ‘매국 대 애국’ 프레임 대결 국면이 여야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범야권의 ‘강(强) 대 강(强)’ 구도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산적한 현안은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하다. 외치 갈등이 내치 현안의 순항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범야권도 당분간 ‘사드 블랙홀에 빠질 전망이다. 더민주 차기 당권주자인 추미애·김상곤 후보는 방중에 찬성한 반면, 이종걸 후보는 우려를 표하는 등 내부 갈등이 폭발한 상황이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공개적으로 소속 의원의 방중행을 비판한 바 있다.
특히 방중한 의원들의 활동 결과가 미흡하거나, 중국 관영언론에 일방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경우 더민주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중한 더민주 6명 의원 중 사드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과 외교통일위 소속 상임위원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더민주 초선 의원들의 방중과 관련해 ‘애국 대 매국’ 프레임으로 하는 것은 감정싸움을 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며 “청와대가 사드 배치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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