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공격 소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연일 들고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 유권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집권 시 한·미 간 통상마찰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간 무역협정들을 지지했다"면서 "그녀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지지했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녀는 또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한·미 FTA)을 지지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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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특히 "한국(한·미 FTA)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자. 왜냐면 그것이 바로 많은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broken promise)'을 완벽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리고 수십년 동안 무역협정에 대해 틀린 주장을 해온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국과의 무역협정으로 미국의 수출이 100억 달러(약 11조850억원) 이상 늘고 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공약은 다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대신 거의 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한국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대미 수출이 한국에 대한 미국 무역적자 규모의 배에 달하는 150억 달러(약 16조6000억원)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한·미 FTA 때리기'는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 유권자, 특히 백인 중산층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지만 경제 관련 주요 연설 및 유세 때마다 작심한 듯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트로이트는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 중에서도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트럼프는 앞으로도 러스트벨트를 방문할 때마다 한·미 FTA를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는 앞서 지난 1일 또 다른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유세에서도 같은 주장을 폈다.
트럼프는 당시 "클린턴이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처리했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일자리) 킬러였다. 한국과의 무역협정은 일자리 킬러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오바마 정부의 핵심 통상정책인 TPP도 거세게 공격했다.
그는 "다음 배신은 TPP가 될 것"이라면서 "클린턴의 측근인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TPP가 (미 의회를 통과해) 백악관에 이송되면 클린턴이 그것을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지지하는 것은 TPP에 투표하는 것이고, 또 나프타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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