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The Sun)의 전·현직 기자들이 뇌물수수법(Bribery Act 2010) 위반 혐의로 무더기로 런던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과 군 관계자, 정부 관리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도 경찰에 체포, 구금됐다.
더선은 스캔들 기사를 주로 다루는 타블로이드 신문이지만 영국에서 가장 많은 250만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한다. 영국 최대 일간지의 스캔들에 당시 영국은 물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영국 뇌물수수법은 2011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수십 년에 걸친 보고서와 초안을 거쳐 최종 확정된 영국 뇌물수수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부패방지법으로 평가된다. 뇌물수수법은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직원, 중개인, 자회사 또는 해외 지사를 통해 자국 또는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다. 기업 간에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다.
런던 공무원의 경우 25파운드(약 3만7000원)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을 경우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해당 선물·접대의 내용과 가격, 제공자 등을 신고해야 한다. 선물·접대를 거절, 반납한 경우에도 신고가 필수다. 외무부 공무원의 경우에는 30파운드(약 4만4000원)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가 금지된다.
무엇보다도 범죄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불문하고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기업이 직원, 대리인, 자회사 등 관계자의 뇌물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뇌물 제공을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다. 뇌물수수법을 위반한 개인과 법인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무제한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범죄수익법에 따라 재산의 몰수가 가능하고, 회사 이사자격 박탈법에 따라 이사 자격 박탈까지 당할 수 있다.
독일이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부패단속법(Gesetz zur Bekampfung der Korruption)의 대상도 광범위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해 재단, 주식회사 등 민간단체까지 포함된다.
공직자 또는 특정한 공적의무를 수행하는 자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고 대가성 뇌물을 받았을 경우 6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해진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수수를 이익수수죄로 규정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되면서 이를 두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언론계와 교육계가 누구보다도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 하는 분야이며 공공성이 인정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이 포함될 경우 언론 길들이기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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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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