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 해외사례 점검]下. 독립적 반부패기관 설치…성역 없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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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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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격한 반부패법안 시행으로 청렴국가 반열 올라선 해외 선진국…뉴질랜드·싱가포르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국회의원직 박탈·장관 구속…막강한 권한 독자기구 활약

지난 2009년 뉴질랜드 국회의원이자 각료를 역임했던 타이토 필립 필드는 뇌물수수, 부패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필드는 불법 체류자인 태국인에게 불법으로 비자를 발급해준 대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집수리 등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재판부는 “필드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기초를 위협하는 행위를 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현직 의원이 실형을 선고받아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것은 뉴질랜드 정계 사상 최초였다.

지난 1986년 싱가포르에서는 태 치앙완 국가개발부장관이 두 차례에 걸쳐 40만 싱가포르달러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태 장관이 개국공신이자 최측근이었음에도 망설임 없이 구속수사를 지시했다.

강력한 법치로 나라를 다스렸던 리 총리는 오랜 측근의 비리도 눈감아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결국 태 장관은 구속됐고 감옥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생을 마쳤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가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 청렴국가로 거듭난 데는 독립적 반부패기관의 역할이 컸다.

뉴질랜드는 1988년 불법정치자금이나 부정부패 사건 등을 전담하는 중대비리조사청(SFO)을 설치했다. SFO는 정부, 국회로부터 독립된 기구로, 위법 행위자뿐만 아니라 수사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들에 대한 문서제출, 정보제공, 답변 요구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법원의 영장 없이도 피의자나 민간기관 등 광범위한 대상에 조사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부패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직사회 및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지위고하 등을 고려한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부패지수 순위에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8위에 올라있는 싱가포르도 부패행위조사국(CPIB)이라는 별도의 기관이 부정청탁 혐의자를 조사, 체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CPIB는 1960년 제정된 부패방지법(Prevention of Corrupt Act)을 근거로 공공과 민간 모두의 부패행위를 직접 조사할 수 있다.

영국식민시절인 1952년 설립된 CPIB는 리콴유 전 총리 집권 이후 총리 직속 기관으로 편제되며 강력한 부패척결기구로 변했다. 조사권과 압수수색권, 체포권이 부여됐으며,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하지 않고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이 수행하는 수사 관련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부패방지법을 위반할 경우 10만 싱가포르달러(약 839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과 징역의 처벌을 모두 받을 수 있다. 특히 공무원과 관련된 경우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며 7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뉴질랜드와 싱가포르는 사회, 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비리를 저지르고도 얼마 되지 않아 사면돼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도 청렴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권한을 가진 독자적 반부패기관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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