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영남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새누리당 ‘투톱’에 호남출신 이정현 대표가 선출되면서, 충청출신 정진석 원내대표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지 주목된다.
일단 첫 출발은 느낌이 좋다. 정 원내대표는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이정현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환상의 투톱'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우리의 숙명적 과제를 완수하고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정점으로 새로운 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내년 12월 정권 재창출을 이뤄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전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 업무는 모두 원내대표에 맡기고 전권을 일임할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등 4대 개혁, 규제 개혁, 창조경제 활성화 등의 국정과제 완수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이뤄야만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크다.
실제 이날 정 원내대표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이달 중 당정 협의회를 열겠다면서, 정부와 국회 간 '정책 가교' 역할에 적극 나설 태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 소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들과 만나 "당·정·청 회의 혹은 당·정 회의를 통해 농해수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법 개정 문제는 어려워도, 이달말 (확정될) 시행령 내용 가운데 가액기준(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을 조정하는 문제는 의원들의 의견이 꼭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 상세하고 간곡하게 의견을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에서 둘다 '비(非) 영남권' 출신이란 공통분모가 있는 만큼, 향후 투톱의 공조는 예상보다 더 단단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거론되는 지연이나 학연이 없는 사이지만, 대신 실무적으로 정치적 공조 경험이 많았다. 이는 그동안 계파 내홍이 컸던 새누리당에겐 오히려 장점으로 여겨질 정도다.
정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와는 오랜 기간 나름대로 호흡을 맞춰온 히스토리가 있다"며 "탄탄한 공조 체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이 대표는 당직자 출신, 정 원내대표는 기자 출신으로 정치권 입문 전까지 접점이 거의 없다.
그러나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를 두고 대립하던 2010년 8월2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성사되는데 두 사람의 공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각각 이 대통령의 정무수석이던 정 원내대표와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던 이 대표가 물밑에서 '두 보스'를 설득한 끝에 약 1년 만에 청와대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것이다.
결국 이날 회동을 통해 '현재 권력'인 이 대통령과 '미래 권력'인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데 합의, 줄곧 해빙무드를 이어가게 됐다.
이듬해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한 것도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당시 수교 50주년을 네델란드를 첫 방문지로 선택, 베아트릭스 여왕을 한국의 유력 여성 정치인(박근혜 대통령)이 예방하는 '콘티(각본을 바탕으로 필요한 모든 사항을 기록한 것)'를 짰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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