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한때 중국인들이 사랑하던 얌 브랜드(KFC, 피자헛 운영)와 맥도날드는 중국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잇단 불량식품 스캔들로 ‘정크푸드’라는 인식이 강해진 데다가 웰빙을 추구하는 중국인의 까다로워진 입맛을 맞추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 중국 토종 패스트푸드점이 바짝 뒤쫓으면서 2012년까지만 해도 중국 패스트푸드 시장 40%를 장악했던 얌 브랜드는 시장점유율이 23%로 쪼그라든 상태다. 중국서 KFC, 맥도날드의 ‘봄날’은 옛말이 됐다.
한때 중국 시장은 다국적 기업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외국기업 우대정책, 13억 인구 내수시장, 값싼 임대료와 인건비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다. 하지만 중국 경제 구조조정과 토종 기업의 거침없는 성장세로 외자기업의 ‘황금시대’는 이제 막이 내린 듯 하다.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전기자동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비야디를 배출한 나라, 오포·화웨이·비보 등 토종 스마트폰 기업이 애플·삼성을 밀어내고 1~3위를 석권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우버는 2014년 파이낸셜타임스가 뽑은 '파괴적 혁신기업'이었다. 하지만 우버를 베낀 디디추싱은 우버보다 더 파괴적 혁신을 추구했다.
디디와 콰이디라는 중국 양대 라이벌 업체가 2015년초 전격 합병해 만들어진 디디추싱은 열악한 중국 대중교통 시스템을 싹 바꾼다는 목표로 단순히 차량 공유뿐만 아니라 카풀·대리운전·통근버스·중고차 거래 등 신 사업을 개척하며 중국 스마트 교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애플 등 든든한 투자자를 가진 디디추싱의 자금력도 어마어마하다. 우버가 아무리 중국 시장에 돈을 쏟아 부어봤자 결국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과거 알리바바가 이베이를 물리친 사례는 종종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유되곤 한다. 2003년 중국에 진출한 전자상거래 원조 이베이는 초기 중국 온라인쇼핑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이베이의 수수료 유료화에 대항해 무료화로 맞받아쳤다. 여기에 이베이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페이팔의 한계를 극복한 현금 충전 방식의 알리페이를 개발해내며 이베이를 2007년 중국에서 쫓아냈다.
중국엔 디디추싱, 알리바바처럼 막강한 토종 IT기업이 곳곳에 버티고 있다. ‘중국의 구글’을 표방하는 바이두, ‘중국판 트위터’ 시나웨이보, ‘중국판 유투브’ 유쿠투더우, ‘중국판 카카오톡’ 웨이신까지, 웬만한 기술이나 자금력을 가지곤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IT 시장은 진입하기도 어렵다.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는 중국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아예 진입조차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중국 토종 IT기업들이 더욱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했다가 쓴맛을 본 다국적 기업도 많다. 2004년 중국에 진출했던 영국 최대 슈퍼마켓 테스코는 부진한 매출 실적에 결국 중국 현지 '유통공룡'인 화룬완자와의 협력을 택했다. 2006년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가전유통 업체 베스트바이도 5년 만인 2011년 토종업체에 밀려 백기를 들고 철수했다.
중국 백색가전 시장은 하이얼,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이 장악한지 오래다. 샤프·산요·필립스·도시바 등은 이미 중국 TV 사업 부문을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게다가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부를 인수한 메이디, 산요와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분을 인수한 하이얼, 샤프 TV공장을 사들인 하이센스까지, 중국 가전기업들은 거침없는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가전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추어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다국적 기업이 30년 전처럼 중국에서 전통적 우위와 정책적 우대혜택으로 고 성장하던 시대는 막이 내렸다며 사업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2020년엔 중국에서 사업가치가 반 토막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액센추어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임원 119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75%가 사업 성장세가 중국 GDP 성장률에 못 미친다고 답했으며, 72%가 3년 내 중국에서 각종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다국적기업 임원 71%가 수년간 중국 투자를 늘릴 것이라 답했으며, 이 중 4분의 1은 '대폭'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68%는 혁신이 중국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에서 혁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중국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액센추어는 다국적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제품 품질, 브랜드파워, 시장영향력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과의 협력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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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중국이 미국 넘어 최대시장 될 것”
"누군가는 중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언젠가 중국이 스타벅스의 최대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가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시장 공략 청사진을 밝히면서 한 말이다.
1999년 중국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스타벅스는 차(茶)의 나라’에서 ‘커피문화’를 창조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1년 중국내 496개에 달했던 스타벅스 매장은 현재 100여개 도시에서 2100개를 넘어섰다. 2014년부터는 하루에 1개꼴로 중국에 매장을 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고급커피점 시장 점유율은 스타벅스가 73.3%로 압도적이다. 스타벅스는 오는 2019년까지 매장수를 매년 500개씩 늘려 3400개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스타벅스는 38종 푸드(빵·디저트·식사류) 메뉴를 새롭게 선보였다. 하지만 이 메뉴는 베이징·상하이가 아닌 쓰촨·구이저우·윈난·칭하이·간쑤·허난·장시 등 상대적으로 커피 문화가 덜 자리잡은 12개 성(省) 지역의 매장에서만 선보였다. 중국 2,3선 도시를 겨냥한 행보다.
동시에 내년 상하이엔 스타벅스 프리미엄 매장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 매장도 오픈한다.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프리미엄 매장으로 중국 커피 애호가들을 사로잡겠다는 심산이다.
◆ 페덱스 “고급 택배시장 겨냥하라”
한해 택배 물량이 200억 개가 넘는 세계 최대 택배시장 중국. 이미 선퉁, 위안퉁등 5대 토종 택배기업이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1984년 중국에 첫 발을 내디딘 세계적인 택배업체 페덱스는 의료보건, 고부가가치 제품, 명품 택배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극저온 배송 솔루션, 저온 배송 포장 서비스 등 온도조절 패키지는 물론 로열 고객에 대한 맞춤형 택배서비스 등으로 중국 고급 택배 시장을 개척해 단가 하락과 경쟁 과열에 허덕이는 중국 국내 토종기업과 차별화하고 있다. 상하이에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투자해 만들고 있는 10만 ㎡ 규모 국제택배화물센터도 오는 2017년 완공된다.
◆ 보쉬 “프리미엄 가전 공략하라”
1999년 중국에 진출한 독일 가전업체 보쉬는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왔다.
보쉬는 독일에서 생산설비를 수입하고, 중국 내 품질기준을 글로벌 기준에 맞추고, 최신 제품도 모두 동시에 출시하면서 중국과 유럽 시장간 차별을 없앴다.
기술 방면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현재 중국 내 22개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R&D 인력만 5500명에 달한다. 보쉬는 지난 해 투자한 52억 위안을 포함, 5년에 걸쳐 모두 180억 위안(2조9700억원)약 을 중국에 쏟아 부었다.
최근 중국인의 소비가 고급화하면서 보쉬 매출도 나날이 늘고 있다. 보쉬는 현재 중국에서 고급 양문형 냉장고, 고급 드럼 세탁기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거둔 매출만 770억 위안이다. 이는 2012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보쉬는 앞으로 중국 정부의 제조업 혁신 전략에 맞춰 스마트홈·스마트도시·스마트교통·스마트제조업에 집중해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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