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기획-동북아 新냉전] 한국, 美·中 사이 '박쥐외교' 아닌 '균형외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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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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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확고한 장기적 국가목표는 필수…韓·日간 갈등은 '실용외교'로 풀어야

  • '美 안보·中경제' 분리외교 시대 지나 양국사이서 왓다갔다 하다 신뢰잃어

아주경제 강정숙·박준형 기자 = 세계는 외교 전쟁 중이다. 구한말 구국 외교와 임시정부의 항일외교에 이어 세계의 외교 전쟁은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하드파워(군사력·경제력) 전(戰)을 넘어 더 복잡하고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반도는 세계적 외교 전장의 중심에 서 있고 우리의 외교력도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사진=바이두]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 동북아 정세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한미일 대(對) 북중러' 신냉전 구도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음달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한반도 주변 4강인 미, 중, 일, 러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동북아 외교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계기이자, 사드 배치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한중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미중 사이에서 이원외교 안착 시급 

전문가들은 남북 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있는 우리 입장에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이원외교(二元外交)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주장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지정학적 리더십과 중국이 리드하는 지경학적 리더십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안보(한미동맹)와 경제(한중협력)가 분리돼 각각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 두가지가 서로 혼합돼 있다"며 이원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핵문제는 안보 문제이지만 중국과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고 AIIB(아시아인프차투자은행)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경제문제이지만 미국과 논의해야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은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대응하던 시기를 이미 지나, 이 두 가지 리더십이 혼합돼 있는 시대에 진입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다만, 이원외교는 한국의 국가목표가 분명히 서야 가능한 것으로,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이익이 정의돼야 한다"며 "이것들이 확고하게 선 다음에야 한국의 외교전략이나 국방전략, 경제전략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임제 국가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장기적 전략이나 국가목표를 설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에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주변국가들이 그것을 장기적 한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확고한 합의된 장기적 국가목표가 없다보니 현안에 대해 국론을 모아가는 과정보다 분열로 나타나는 과정이 많다는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에서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단임제의 특성상 이것이 어렵다면 정부마다 확고한 정책 우선순위라도 밝힐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사드문제의 경우 전략적 모호성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만약 당시 '사드 배치가 한국 입장에서 자국의 안보이익에 필요한 것이다'라는 입장을 확고히 밝히고, 미국이 (사드배치에 대해) 향후 논의를 제의해 올 경우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우리의 입장 설명이 제재로 됐다면 중국과 미국은 우리에게 지금과는 다른 협상 카드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양쪽 모두에도 신뢰를 못 얻는 박쥐외교가 아닌, 양쪽 공통의 이익이 되는 교집합에 들어가 공간을 넓히는 균형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균형외교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김동엽 교수는 “미중의 대립과 갈등이 확대되는 시점이라 남북이 미중의 교집합에 같이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양쪽의 교집합이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일관계, 안보와 경제 분리해 실리에 따른 실용외교 필요
 

위안부 합의 폐기 요구하며 도보순례. [사진=연합뉴스]
 

일본 과거사 문제와 독도영유권 주장 등도 대일관계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인 문제다.

30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한 조세영 동서대학교 특임교수 겸 일본연구센터 소장은 "한일 관계는 실리적 측면을 고려해 협력하고, 경제와 안보 영역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다만, 한미일 협력체계 속에서 무조건적 협력을 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 상 분명히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축으로 일본과의 협력, 안보협력 분야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특히 "우리가 북한을 억지해야 하기도 하고 또 통일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대인 만큼,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고 한미일 협력을 하되 80(한미일):20(중국, 북한) 정도로 중국과의 협력관계와 남북관계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과의 갈등에서 국민적 여론이 특정국가와 더 시급하게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일본과 중국이 갖고 있는 전략적 중요성이 어느 쪽이 더 크냐는 판단의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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