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가 올해 연말 1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 대출과 카드 사용금액 등을 모두 합친 가계 빚을 말하는 가계신용은 올해 1분기 1223조60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분기 말보다 20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작년 2분기부터 이어진 분기별 30조원대 증가폭보다 다소 줄었지만 작년 2분기(13조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증가세다.
문제는 2분기 들어서도 가계부채가 계속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계대출을 심사할 때 소득 요건을 강화한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은행권 가계대출이 4월 5조3000억, 5월 6조7000억, 6월 6조5000억, 7월 6조3000억 등 매월 급증세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마저 나타나며 부채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671조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5.5%) 늘었다. 올해 1∼6월 증가액은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매년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이 통계에는 상호금융사,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은 포함되고 대부업체는 제외되기 때문에 집계돼지 않는 빚까지 포함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렇자 가계부채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대와 달리 꺾이지 않고 있다"며 "한은뿐 아니라 감독 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감독당국이 여러 조치를 내놨으나 아직 가시화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민간소비를 위축시켜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가계가 이자 부담으로 지갑을 닫게 되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내수가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향후 집값 하락이나 금리 인상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부채가 많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계부채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지 6개월 정도 지난 상황에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가이드라인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5월 이후 개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작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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