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인도네시아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이슬람 채권(Sukuk·수쿠크) 구매를 허용하는 등 이슬람 금융 활용 범위를 대폭 늘리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재경부는 현재 은행에 예금을 예치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9월 2일까지 약 열흘간 2년짜리 수쿠크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투자액의 하한선은 최소 200만 루피아(약 17만원)다. 수익률은 8월 19일에 고시된다.
이슬람 금융은 이스람 율법인 샤리아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사업이다. 이자 수수료를 금지하고 있어 금전 거래시 토지나 건물 등 실물자산을 활용해 이자 대신 배당을 받는다. 도박이나 술, 마약거래, 돼지고기 등 샤리아에 어긋나는 분야에는 투자할 수 없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수쿠크를 비롯해 타카풀(Takaful·보험), 무다라바(Mudarabah·신탁금융), 무샤라카(Musharaka·출자금융)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수쿠크는 투자자에게 이자를 주는 대신 배당금 형태로 투자 수익을 지급한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확정 이후 글로벌 경제 불안 요소로 떠오른 데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확장되면서 이슬람 금융은 새로운 투자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수쿠크 자산 규모는 17.4% 상승한 27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그동안 기관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에만 이슬람 금융 매매를 허용했던 인도네시아가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기회를 확대한 것은 경기 침체로 인해 약 167억 달러 규모로 불어난 수익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유가 하락에 따른 고무 가격 하락으로 수출 약세를 보이면서 재정 수입이 크게 흔들리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국내총생산(GDP) 목표치를 현재의 2.35%에서 2.5%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17조 루피아 규모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현재 구상중인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도 이슬람 금융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신임 재무장관은 이달 초 열린 제12차 세계이슬람경제포럼(WIEF)에서 "인도네시아의 1만 3000여 개 섬을 연결하는 야심찬 인프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슬람 금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전략으로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여유 자금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채권을 너무 많이 발행하면 기존 투자자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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