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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먼저, 가계부채의 양적 측면을 보자.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12년 3월말에 916.5조였던 가계부채는 2016년 3월말 현재 1,223.7조로 늘었다. 4년 만에 307.2조가 증가했는데, 2015년 3월말부터 1년 동안에 무려 125.4조나 증가했다. 최근의 가파른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에 통화당국이 놀랄만하다. 또 하나는 풍선효과다. 올해 2월부터 은행권의 대출 심사를 강화하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그 중에서도 신규 아파트단지의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 가계부채의 질적 측면을 보자. 작년 3월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한계가구는 총 134만 가구로 전년대비 4만 가구나 증가했다. 가계부채 한계가구란 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이고, 처분가능소득 중에서 원리금 상환액의 비중(DSR)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즉, 가구 수입 중 40% 이상이 빚 갚는데 들어가 부도 가능성이 높은 가구가 134만 가구나 된다는 얘기다.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해 3월말 145.6%로서 작년 9월말의 140.7%에 비해 5%p가량 증가했다.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나쁜 지표만 있는 건 아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36%로서 2013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2.1%로서 높기는 하지만 역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이 다소 가벼워진 것을 반영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2.75%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6년 8월 현재 1.25%로서 반절 이하로 내려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가격이 오르니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다보니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2014년에는 부동산대출 관련 규제도 완화해 줬다. 이처럼 저금리, 대출규제 완화, 부동산시장 활황 3박자가 맞다보니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기에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증가 속도는 낮출 필요가 있다. 경기가 좋아져 금리를 올릴 경우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직도 변동금리 대출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연착륙도 중요하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가 많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다면 가계와 금융기관 모두 충격이 크다. 서민들을 위한 장기 전세주택, 공공임대주택을 늘려가는 것도 지속되어야 한다.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선진화하는 대책이 지속되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비거치식,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의 구조로 계속해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풍선의 바람을 서서해 빼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 개인과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서 고혈압을 이겨내는 대책이다. 부채 상환능력은 가계의 소득과 관련되기 때문에,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소득 증가 대책이 중요하다. 동반성장 정책이 성과를 내면서 내수 경기가 좋아지고, 서민경제에도 활기가 넘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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