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히려 실망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메달 색으로 구분할 순 없다. 기대치의 문제다. 세계랭킹의 ‘허수’에 들뜬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순간 허탈함에 가슴만 답답하다.
10개의 금메달을 따 10위 안에 들겠다는 ‘10-10’을 목표로 했던 한국이 17일(이하 한국시간)에도 무소식으로 나흘째 금메달 사냥에 실패하며 종합순위 11위로 내려앉았다. 금메달은 지난 13일 양궁 남자개인 구본찬(현대제철)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 사격, 양궁, 펜싱 등 3개 종목에서 금메달 6개를 수확했다. 은메달 3개와 동메달 5개를 더해 총 메달 수는 14개다. 사격 간판 진종오(KT)와 양궁 남녀 태극전사들이 세계 최강의 자존심을 세웠다. 기대하지 않았던 박상영(한체대)도 펜싱 남자 개인 에페에서 기적 같은 금메달을 선사해 감동을 안겼다.
구기 종목도 참사에 가깝다. 뜨겁게 달궜던 남자 축구는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8강에서 온두라스의 한 방에 무너졌고, 40년 만에 메달 도전에 나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자 배구도 8강에서 졸전 끝에 네덜란드에 완패했다. 핸드볼과 하키를 포함해 단체 구기 종목이 ‘노메달’로 마감한 건 1972년 뮌헨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세계랭킹의 ‘허수’에 속은 탓이다. 대표적인 종목은 유도다. 세계랭킹을 높이기 위해 권위 있는 주요 국제대회가 아닌 온갖 대회에 무작위 출전했다. 좋은 시드를 받기 위한 편법에 가까웠다. 거꾸로 얻은 것은 전력 노출뿐이었다. 배드민턴과 여자 배구도 과거 상대 전적에 얽매였다. 상대 전력 분석에 대한 태만은 참담한 패배를 불렀다.
가장 속이 타고 괴로운 것은 기대치의 무게감을 짊어진 선수들이다. 금메달이라는 높은 기대치에 엄청난 압박과 부담을 느끼며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다 죄인이다. 자랑스러워야 할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려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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