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문영 우리골프 대표 “국내 골프장,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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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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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비용 구조에 ‘김영란법’ 시행 맞물려 위기 상황

이문영 우리골프 대표는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접대골프 행태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며 "골프장들은 고비용 구조를 바꾸거나 대중제골프장으로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DB]






“김영란법 발효 땐 접대골프 사라져
대중골프장 전환등으로 활로 찾아야

최고 20배인 골프장관련 세금 낮추고
골프문화 향상해야 진정한 골프선진국

사무실 반을 ‘골프人 사랑방’으로 꾸며
골프장 컨설팅·마케팅 분야 적극 진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화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은 공직자, 언론사 직원, 사립학교 임직원 등이지만, 이 법이 미치는 영향권은 사회 전반이라고 할만큼 광범위하다.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28일 이후 ‘한국식 접대문화’는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영란법의 그물안에 있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다. 골퍼나 골프장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골프장 종합컨설팅업체인 우리골프 이문영 대표(63)도 김영란법이 미칠 파장에 대해 그 나름대로 분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그러나 골프장업계 최장수 CEO(최고경영자)로 꼽히는 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골프장에 오는 고객들 대다수는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기업체와 연관됐습니다. 주말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주말에 개인이 35만∼40만원을 내고 골프치는 일이 쉽겠습니까. 법이 발효되면 골프장 영업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200∼300명의 소수 회원만 있는 고가 회원제골프장은 평일 영업이 거의 안될 것이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기업계열인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현재와같은 운영방식으로는 골프장사업을 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

그는 ‘접대 골프’라는 말도 사라지고, 접대 골프 자체도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골퍼는 아무리 강력한 법이 있어도 그 허점을 이용해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돈을 미리 내고 자유롭게 쓰는 선불카드, 라운드하는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무기명회원권 등이다. 이 대표는 “아무리 무기명이라 해도 나중에 골프장의 ‘영업 비밀’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골프는 최근 서울 송파 문정동에 새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골프장 컨설팅·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 골프와 골프장 환경이 변화하는데 맞춰 한 발 앞서나가는 전략도 밝혔다.

이 회사는 골프장들이 발행한 선불카드를 판매대행한다. 골퍼들이 일정액을 내고 이 카드를 사면, 우리골프에서는 골퍼들이 원하는 골프장의 잔여 시간대를 찾아 예약해준다. 그린피도 30%정도 할인해준다. 빈 시간대에 예약해주므로 해당 골프장의 기존 회원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다. 골퍼와 골프장 모두 득(得)이 되는 시스템이다.

우리골프는 골프장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진출했다. 입회금 반환 사태, 경영 악화, 과중한 세금 등으로 법정관리를 받거나 경영난에 처한 골프장들을 적절한 인수희망자에게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골프장 위탁 경영도 해준다. 이 대표는 골프장업계에서만 30여년 몸담아왔다. 이 대표의 골프장 경영 관록과 우리골프 고유의 골프장 마케팅 노하우를 접목해 어려움에 처한 골프장을 정상화하는 고난도 사업이다.

우리골프는 이런 비즈니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 사무실의 절반(전체 500㎡ 가운데 약 240㎡)을 골프인들의 사랑방으로 내놓았다. ‘클럽 하우스’로 이름지어진 이 곳은 컴퓨터·사무기기·회의시설 등을 갖췄다. 아예 직원 한 명도 배치했다. 골프인, 특히 골프장에서 퇴직한 전문가(CEO·팀장·지배인 등)들이 언제든지 와 쉬면서 미팅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이 골프계의 사랑방이나 헤드 헌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공간이므로 무료로 제공된다.

국내 골프장은 규모(홀 수)에서 최근 대중제가 회원제를 앞질렀다. 이 대표는 이 추세가 굳어질 것으로 본다.

“대중제와 회원제는 기본적으로 부담하는 세금면에서 약 10배 차이가 납니다. 내가 몸담았던 A골프장(27홀)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110억원이었는데 절반에 육박하는 46억원을 세금으로 냈어요. 과중한 세금 탓에 회원제골프장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처음부터 대중제로 건설되는 곳도 있지만,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는 곳도 많습니다. 요즘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받아 기존 회원들의 입회금을 반환해주고 대중제 ‘문패’를 다는 겁니다. 대중제골프장이 더 많아지는 것은 골프장업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국내 골프장을 찾은 연인원은 3300만명이다. 다른 스포츠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골프인구는 늘어났다. 우리 골프선수들의 기량은 미국·일본·유럽 무대에서 한 주가 멀다하고 우승다툼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지만 아직 한국을 ‘골프선진국’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한국 골프는 양적으로는 세계 정상급이 됐습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지요. 예전에는 소수의 하이클래스들만 골프를 했기에 예의를 지키면서 라운드했습니다. 지금은 연습장에서 몇 번 쳐본 후 필드로 나가는 골퍼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빠르게 대중화되다 보니 골프의 기본인 룰과 매너를 안지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옆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거나, 벙커샷 후 모래를 고르지 않으며, 손바닥만한 디보트를 내고도 원상복구하지 않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지요. 이웃 일본에서는 80고령의 기업총수라 해도 벙커샷 후 스스로 모래를 정리하며, 페어웨이든 그린이든 자신이 만든 자국은 메우고 떠납니다. 요컨대 한국 골프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골프 문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봅니다.”

이 대표의 골프백에는 미드·롱아이언 대신 우드가 5개나 있다. 아이언을 사용하면 잔디를 떠내야 하므로 그것이 아까워서 우드로 쓸어치는 것이다. 그는 그린 주변에서도 웨지 대신 7번아이언을 들고 굴려치는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린다.

한국 골프가 더 발전하려면 골퍼나 골프장 종사자 못지않게 정부 당국에서도 나서야 한다. 이 대표도 여느 골프장 CEO 못지않게 중과세되고 있는 한국적 현실을 꼬집었다.

“골프장은 체육용지이고, 골프장업은 체육시설업입니다. 올림픽에서 골프가 버젓한 ‘메달 종목’으로 치러지지 않습니까. 우리 여자골퍼들은 세계랭킹 ‘톱10’에 다섯 명이나 들어있습니다. 그런데도 골프장에 부과되는 세율은 사치성시설 기준으로 매겨져 일반 사업장의 5∼20배에 달합니다. 회원제골프장에 갈 때마다 골퍼 한 사람당 7만5000원의 직·간접세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미 목적세의 임무를 다한 체육진흥기금을 모든 스포츠 가운데 골프에만 유일하게 둬 골퍼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 골퍼들의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일지 몰라도 골프장 관련 세금은 최후진국 수준입니다. 이 모순에서 벗어났을 때 한국은 진정한 골프선진국이 될 겁니다.”



◆이문영 우리골프 대표는

우리나라 골프장 경영자 가운데 김헌수 전 아시아드CC 대표와 함께 ‘최고참’에 속한다. 1983년 제일CC 총무부장으로 골프장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기흥CC 부사장, 전주 샹그릴라CC 사장, 여수 경도골프&리조트 대표를 거쳐 지난해 3월 산원CC 대표이사까지 34년간 골프장 CEO로 재직했다. 지난달 우리골프 대표로 취임, 골프장 컨설팅 및 마케팅 사업으로 ‘골프인생 2막’을 열었다. 그가 기흥CC 부사장으로 있을 때인 2000년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한 일은 유명하다. 주위에서 ‘외로운 투쟁’이라고 일컬을 정도였다. 당시 골프장의 토지에 대해 당국에서는 표준지를 선정, 일률적인 세율을 매겼다. 원형지(산지 또는 경사지)든 페어웨이든 똑같은 세율을 적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골프장내 지역마다 다른 세율(구분 등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1991년8월부터 2004년3월까지 약 12년8개월동안 기흥CC의 실질적 경영자였다. 따라서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기흥CC의 경영권 분쟁, 골프장내 농지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말을 아꼈다. 골프장을 경영하면서 틈틈이 학업에도 열중, 행정학 석사와 경영학·체육학 박사 학위를 땄다. 2000∼2012년에는 경기대 체육학부 겸임교수를 했다.



 

이문영 우리골프 대표                        [사진=우리골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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