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및 통합멤버십 영업 압박에 사면초가 은행원···은행은 독려, 당국은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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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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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이달 말까지 채워야 할 멤버십 서비스 할당량이 150개나 된다. 가족과 친구들까지 전부 동원했지만 역부족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시중은행 수도권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은행원 A씨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영업 전쟁에 나선 은행원들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은행 본사는 이자 수익이 감소하자 영업 압박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핀테크’ 시장 확대 등으로 인해 올해 초부터 각 은행 본사에서는 지점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통합멤버십 서비스 가입의 할당량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나친 영업 압박으로 인해 깡통계좌, 미성년자 대상 영업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과열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현장 은행원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시중은행 서울 시내 지점에서 근무 중인 B씨는 “각 지점에서는 분기든 반기든 일정 시점을 마지노선으로 잡아 1인당 영업 할당량을 수치로 통보한다”며 “심지어 갓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여직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돼 다들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ISA는 일선 은행원이 봐도 서민들에게 그닥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서 깡통계좌 문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라며 “통합멤버십 유치는 시작할 땐 당국이 손 놓고 있더니 이제야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후발 주자들만 손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민재산 증식’이라는 명목 하에 주도적으로 ISA 상품 홍보를 독려할 때와 달리 문제 발생의 우려가 생기자 발을 빼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전체 ISA 상품 중 소위 ‘깡통계좌’라 불리는 1만원 이하 계좌는 136만 7000좌로 전체의 57.8%에 달했다. 영업실적을 채우기 위해 지인 등에게 권유해 개설된 1만원 이하 깡통계좌만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이 일자 금융당국은 지점 경영평가(KPI)에 가입 금액도 고려해달라고 은행에 주문했다. 이에 몇몇 은행들은 ISA 실적을 KPI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책당국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이런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기준이 오락가락 하다보면 결국 시장에서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져 금융권에서 창의성이 발현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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