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 소비자를 소송으로 압박한 뒤 보험금 지급액을 줄이거나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서다. 보험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는 지적이 높다.
18일 손해보험협회 및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금청구 및 지급관련 소송에서 소송 후 제기된 소취하 건수가 가장 높은 곳은 롯데손해보험으로 조사됐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발생한 전체 717건의 소송 가운데 소취하 건수가 515건에 달해 이 비중이 전체의 71.8%를 차지했다.
한화손보도 지난해 발생한 전체소송 291건 중 소취하 비율이 34.3%(100건)로 나타나 두 번째로 높았다. 더케이손해보험 29.4%, MG손해보험 27.7%, 흥국화재 24.6%, KB손해보험 21.1%, AXA 20.3%, 메리츠화재 18%, 삼성화재 11.8%, 현대해상 7.4%, 동부화재 5% 순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소송을 당하면 병원치료 중에도 법원에 출석해야 하거나 수백만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때문에 심적, 물적 부담이 크다. 따라서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보험금을 줄이거나 계약 해지 등 합의를 할 수 밖에 없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자본과 전문성이 월등이 높은 대형 보험사가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된다"며 "힘없는 소비자들은 소송이 걸리면 대부분 회사의 요구에 합의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금청구 1만건당 대비 소송제기비율이 가장 높은 보험사도 롯데손보(6.87건)로 나타났다. 더케이손보(5.13건), AXA손보(4.84건), 흥국화재(4.13건), MG손보(3.18건)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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